여야, 기업인 대거 국감증인 추진…재계 “경영공백 우려”

  • 입력 2006년 9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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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대기업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계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회의 정당한 국정감사 기능을 인정하더라도 경제를 이끄는 기업인들에 대한 정치권의 무차별 증인 채택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며 이 같은 한국적 관행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22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한나라당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각각 비자금 사건과 대한생명 인수 때문에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같은 당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논란과 관련해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등을, 로또복권 사업과 관련해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증인으로 채택한다는 방침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김근태 당의장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재계에 ‘뉴딜’을 제안했지만 개별 의원 차원에서 기업인 증인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법사위 소속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삼성에버랜드 CB 문제와 관련해 삼성그룹 이 회장과 삼성전자 이 상무 등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같은 당 정무위의 일부 의원은 이동통신회사 가격 담합 문제와 관련해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등 3개 이동통신사 최고경영자(CEO)의 증인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

재계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국감장에 나섰을 때 발생할 기업 브랜드 가치 하락과 경영 공백 사태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 상무는 “CEO급의 증인 채택은 반드시 필요한 때에만 제한적으로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임호균 홍보실장은 “정치권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업인 증인 채택 문제를 악용한다면 기업 경영이 심하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까지 국회가 기업인을 세워 놓고 질의함으로써 ‘위세’를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양대 예종석(경영학)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정치권이 연루된 ‘초대형 스캔들’이 아니면 기업인을 국회에서 부르는 일이 거의 없다”며 “국회의 증인 채택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증인 채택을 추진 중인 기업인들 (자료: 각 당)
정당기업인
열린우리당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조영주 KTF 사장, 정일재 LG텔레콤 사장, 황건호 한국증권업협회장 등
한나라당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동차그룹 회장, 정의선 기아차 사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강정원 국민은행장 등
민주노동당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등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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