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李통일…“장관급회담 강행…北 선전장化” 비판

  • 입력 2006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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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이종석(사진) 통일부 장관은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앞서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이 회담을 연기해야 한다는 정부 안팎의 의견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회담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아무 성과가 없었다. 북한 대표가 “선군(先軍)정치가 남측의 안전을 지켜 준다”고 망언하는 등 북한 체제 선전장 역할을 했다. 더구나 앞으로의 ‘대화의 끈’까지 잡지 못했다. 한마디로 ‘총체적 실패’였다.

정부 내에서도 외교통상부와 국방부가 회담에 반대하는 가운데 이 장관이 무리하게 회담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열렸던 18차례 남북장관급회담의 전례에 비춰 볼 때 북한이 ‘당근(경제적 지원)’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 전문가인 이 장관이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이 장관은 “남북관계는 한번 깨지면 좀처럼 복원되기 어렵다”는 논리로 장관급회담을 강행했다. 오히려 북한이 ‘미사일 사태 해명과 6자회담 복귀를 강하게 촉구하겠다’는 남측의 태도에 부담을 느끼고 회담에 불참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급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장관이 판단을 잘못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에 쌀 50만 t의 지원을 유보하는 것이 상당한 지렛대가 될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1일 언론사 정치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일본이 내놓은 10개의 제재보다 한국이 쌀 지원을 끊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회담 중에도 북한이 ‘선군정치=남측 안전보장’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폈을 때도 이 장관이 강하게 북측을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장관은 미사일 발사를 축구 경기의 반칙에 비유하며 “선수 입장에서는 위험한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대 선수와 심판, 다수의 관중이 위험한 플레이로 본다면 그런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를 ‘이해’하는 듯한 논리를 펴기도 했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크리스토퍼 힐 미국 측 6자회담 대표의 지적에도 회담을 강행해 결과적으로 회담을 북한의 정치선전장화한 책임은 명백히 이 장관에게 있다”고 말했다.

부산=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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