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청와대-IOC 빅딜說 꼬리무는 의혹들

  • 입력 2005년 6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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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김운용 씨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전격 사퇴하자 누군가 압력을 행사했거나 ‘사면’을 약속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시사잡지 월간중앙 7월호에 실릴 예정이었다가 삭제된 기사는 ‘김운용-청와대-자크 로게 IOC 위원장 간 3각 빅딜설’을 규명하기 위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21일 “평소 김 씨와 절친한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김정길 대한체육회장과 함께 5월 초 병원에 입원 중이던 그를 찾아가긴 했지만 가석방 약속을 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럼에도 의혹은 여전히 꼬리를 문 채 풀리지 않고 있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김운용 씨의 사퇴 시점=지난해 1월 구속된 김 씨는 올 5월 7일까지만 해도 국제변호사인 딸 혜원 씨를 통해 로게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구명운동을 벌였다. 정부에는 자신을 풀어주면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와 강원 평창군의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책임지겠다는 탄원서를 냈고 IOC에는 ‘김운용 리스트’를 공개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9일자 소인이 찍혀 20일 IOC에 배달된 편지에선 갑자기 사퇴 의사를 밝혔다. 1년 4개월을 끌어 온 ‘투쟁’을 불과 이틀 만에 접은 것.

▽외부 개입은 없었나=김 씨는 5월 23일 기자가 서울구치소로 면회를 갔을 때 가석방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병든 늙은이가 이제 뭘 하겠나”라며 고령에 악화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선처를 바랐다.

게다가 김 회장은 이에 앞선 5월초 김 씨가 입원한 병원 방문 때 자진 사퇴를 권하면서 “정부도 가석방 같은 조치를 검토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

▽김 회장의 엇갈린 행보=김 회장은 3월 취임 인터뷰에서 “김운용 IOC 부위원장은 국내에선 몰라도 국제 스포츠계에선 필요한 인물”이라고 말했지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린 4월 1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선 “국익을 위해선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15일. 김 회장은 스위스 로잔으로 날아가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유지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로게 위원장의 메시지를 듣고 왔다.

▽정부와 로게 위원장의 담합 가능성은?=월간중앙은 로게 위원장이 김 회장에게 태권도, 평창 유치 건과 함께 IOC 위원의 한국인 승계 등 3가지 사안에 대해 협조 약속을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IOC 전문가’인 윤강로 2014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국제사무총장은 “설령 비슷한 말이 오갔다 해도 ‘미스터 클린’으로 불리는 로게 위원장이 IOC의 표심을 왜곡하는 담합에 동조했을 리는 만무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체육특위 위원장인 안민석 의원은 지난달 “정부가 김운용 사퇴를 태권도 협상 카드로 적절히 활용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전략 부재를 토로하기도 했다.

▽위기의 태권도=올림픽 종목 퇴출 투표가 예정된 싱가포르 총회(7월 8일)가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태.

이에 일부에선 차라리 김 씨가 자진 사퇴를 안 하고 총회에서 투표에 의해 7일 강제 퇴출됐으면 ‘한 국가에 두 개의 불이익은 주지 않는다’는 IOC 불문율에 따라 태권도에 유리했을 것이라는 자책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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