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對 검찰’ 새 라운드

  • 입력 2005년 4월 22일 21시 03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검찰이 ‘제도(制度) 이상의 권력’을 갖고 있다며 “변화의 흐름 속에서 내놓을 것은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검찰도 변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변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일찍 수용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다가는 일도 즐겁지 않게 되고 마지막에는 불명예스러운 이름만 남기게 된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검찰을 길들이거나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닌가. 임기 초반 검찰 등 권력기관을 ‘정권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음’을 자랑스러운 치적으로 자평해 온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다시 검찰을 옥죄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는다.

노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은 ‘대통령은 인사권으로 검찰을 견제하고, 검찰은 정치적 독립성을 갖고 엄정하게 수사권을 행사하는’ 건전한 긴장관계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그간에 “검찰조직의 상층부를 믿지 않는다” “검찰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종종 검찰을 압박했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국가기강 문란’이라는 말까지 꺼낸 적이 있다. 이번 발언도 검찰이 반대하고 있는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검찰 기(氣) 꺾기’ 의도를 느끼게 한다.

검찰은 “제도 이상의 권력을 갖고 있지도 않지만, 법원의 견제까지 받고 있다”며 노 대통령의 발언을 ‘공수처를 수용하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통령과 검찰의 이런 대립 양상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물론 검찰도 조직 내에 혁파해야 할 구태(舊態)나 내놓아야할 기득권이 없는지 겸허하게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나 검찰 감찰권(監察權) 문제를 둘러싼 검찰의 태도에는 ‘내 것은 절대로 내놓지 않겠다’는 조직이기주의가 엿보인다. 검찰이 유독 성역(聖域)일 수는 없으며, 진정한 민주검찰이 되기 위한 내부혁신과 권한 사용에 있어서의 절제는 필요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