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과서 역사 왜곡]韓日 전문가 시각

  • 입력 2005년 3월 11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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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에 대한 반성 전혀 없어▼

2005년 신청본을 보니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후소샤 측이 2001년 검정 신청본에서 담으려 했던 내용이 고스란히 살아난 느낌이다. 당시 검정이 끝난 뒤 한국 정부가 강력히 수정을 요구하자 후소샤 측은 자체 수정을 통해 일부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표현을 바꿨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때 완화되거나 수정된 부분이 그대로 살아나 전반적으로 더 악화된 것 같다.

예를 들어 조선을 청나라 조공국이라고 했다가 ‘중국의 강한 정치적 영향 아래 있다’고 수정했는데 이번에 다시 조공국이라고 한 것이나, 조선인 중에도 (한일)병합을 주장한 이가 있었다는 서술이 삭제됐다가 이번에 그대로 다시 살아난 것이 그런 사례다.

일본은 침략을 해서 다른 민족에게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줬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잘못됐다는 것을 반성해야 하는데 여전히 그런 기술은 없다. 일제 침략과 관련한 수탈 문제도 의도적으로 배제됐다. 특히 일본의 식민지배가 조선의 근대화에 일조했다고 명시적으로 서술한 것은 전에 보지 못하던 교과서 서술 방식이다.

아직 신청본이니까 어떤 검정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신청본을 보면 2001년 한국 정부가 수정을 요구한 것 자체가 대부분 무시된 것으로 보인다.

김도형(金度亨) 연세대 사학과 교수

▼‘倭, 백제 요청으로 진출’ 억지▼

후소샤 교과서 검정 신청본의 고대사 부분은 첫째, 한반도가 처음부터 중국의 지배하에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둘째, 일본이 한반도에 침략이 아닌 진출을 했다는 주장을 근대에서 고대에까지 확장하려 한다.

고조선 시대에 설치된 한사군 중 대방군의 위치를 통설인 황해도 봉산 지역이 아닌 서울 근처까지로 내린 것은 역사 초창기부터 한반도의 중심인 서울이 중국의 지배 아래 있었다는 억지 주장을 하기 위한 것이다. 풍납토성에서 출토된 유물들 중 대방군과 관련된 것이 있다는 설이 있긴 했지만, 이를 토대로 대방군의 위치를 서울까지 내린 것은 일본 교과서 가운데 처음이다.

학문적으로 입증되지도 않고 대부분의 일본 학자들도 믿지 않는 임나일본부설을 또 집어넣으면서 왜(倭)가 한반도에 넘어온 것은 ‘백제의 요청’이었다는 간교한 주장마저 펴고 있다. 근현대사에서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진출이라고 서술해온 그 논리를 이제는 고대사에서부터 도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한반도를 통해 당시 중국의 선진문화를 일본이 받아들인 것이 기본적 사실인데도 마치 중국 문화가 일본에 직접 전해진 것처럼 서술하면서 자신들이 오히려 한반도를 도와준 것 같은 인식을 심어주려 했다.

최광식(崔光植)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日정부 국제적 약속 지켜야▼

‘근린제국 조항’은 1982년 ‘침략’을 ‘진출’이라고 일부 교과서에 바꿔 표현한 일 때문에 국제적으로 비판이 일어나자 일본 정부가 교과서 검정기준에 추가한 것이다. 이 조항은 근린제국과의 상호 이해, 신뢰로 직결되는 국제적 약속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근거한 기본자세를 명확히 밝히고, 당연히 이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성 정무관이 6일 이른바 ‘근린제국 조항’을 공개 비판한 것은 일본 정부의 기본 정책에 관련된 문제다. 현재 교과서 검정, 채택작업이 진행 중이고 여름에는 교육구별로 중학교 교과서 채택이 이뤄진다. 교육에 대해 중립적 입장에 서야 할 정무관의 이 같은 언동은 교과서 검정이나 채택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치적 압력을 넣는 것은 절대 배제해야 한다.

또 교과서 채택 제도에는 학생, 교직원, 보호자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투명하고 공정한 채택 과정이 절대 필요하다. 최근 히로시마교육위가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관련 자료를 배포한 것은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은 일이다.

교직원이 교과서를 조사 연구할 여건 조성이 절실하다. 교과서 채택에 앞선 순회전시 기간을 늘리고 교육위에 제공되는 견본 수를 늘리는 등의 정보 공개 또한 중요하다.

쇼지 히데오(莊司英夫) 일본교직원조합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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