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보유 공식선언…시장반응은 예상밖 조용

  • 입력 2005년 2월 11일 18시 16분


코멘트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발표 및 6자회담 불참 선언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이미 내성(耐性)이 생긴 데다 이번 선언이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북한이 미국 일본 등과 긴장관계를 형성하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잠잠한 주식시장=11일 종합주가지수는 직전 거래일(7일)보다 1.96포인트(0.21%) 떨어진 947.23으로 장을 마쳤다. 한때 940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외국인들이 1000억 원가량을 순매수(주식을 산 금액이 판 금액보다 많은 것)하면서 소폭 하락에 그쳤다.

이날 종합주가지수 하락 폭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한 1994년 6월 13일(19.52포인트), 핵 동결 해제를 발표한 2002년 12월 12일(7.25포인트)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코스닥종합지수는 오히려 5.48포인트(1.14%) 오른 486.88로 마감했다.

한화증권 이종우(李鍾雨) 리서치센터장은 “북한 핵 문제가 2년 이상 끌면서 시장이 이미 내성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금리와 환율은 올라=이날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7원 오른 1033.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4.46%로 급등해 지난해 5월 4일(연 4.49%) 이후 가장 높았다.

그러나 이날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친 주요인은 북한 핵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흥은행 자금시장부 변명관(邊명寬) 과장은 “북한 핵 문제로 인한 심리적 불안이 원화가치 하락의 한 요인이지만 설 연휴기간 엔-달러 환율이 급등한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시중금리가 급등한 것 역시 경기회복 조짐과 콜금리 동결 전망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것.

▽앞으로가 문제=금융시장이 요동치지 않았다고 해서 북한 핵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LG투자증권 황창중(黃昌重) 투자전략팀장은 “북한 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닌 만큼 진행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사태가 남북 경제협력 및 국내 경기회복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2002년 서해교전 때도 금강산 관광이 계속됐을 정도로 대북 사업에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경제 관련 부처도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이 국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재경부 윤여권(尹汝權) 국제금융과장은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지만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면서 “전날 뉴욕시장에 이어 11일 싱가포르 시장에서도 한국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는 0.75∼0.76%포인트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