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의 국군포로 北送에 분노한다

  • 입력 2005년 1월 28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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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국군포로 탈북자 한만택 씨(72)를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는 비인도적 행위를 저질렀다. 중국 정부는 북송(北送) 사실을 거의 한 달 뒤 우리 정부에 통보하면서 “일반 탈북자로 생각해 북송했다”는 믿기 힘든 변명을 늘어놓았다. 반세기가 넘게 억류생활을 한 노인의 귀국 염원을 짓밟은 잔혹한 처사에 이웃 나라 무시까지 겹친다.

국군포로 북송은 인도적 차원에서도, 이른바 ‘전면적 협력 동반자관계’라는 한중 양국의 관점에서도 용납하기 힘들다. 한 씨가 중국 당국에 국군포로라는 사실을 숨길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중국이 한 씨의 신분을 알면서도 북송을 강행했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중국이 한국을 존중한다면 이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

뒤늦게 북송 사실을 통보받고 허둥대는 정부도 한심하다. 국군포로는 우리나라 국민이다. 국가를 위해 싸우다 포로가 돼 반세기가 넘도록 북한에 억류돼 있는 국민을 외면하는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국군포로조차 귀국시키지 못하는 정부는 국민 보호를 거론할 자격이 없다. 한 씨 구출에 실패한 경위를 규명해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1994년 조창호 소위가 43년 만에 북한을 탈출해 귀국한 이후 지난해까지 30여 명의 국군포로가 돌아왔다. 아직도 북한에는 500여 명의 국군포로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제2, 제3의 한만택 씨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가 북한에 국군포로 석방을 요구할 형편이 아니라면 최소한 북한을 탈출한 노병(老兵)은 반드시 귀국시킨다는 다짐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2년 전 귀국한 국군포로 전용일 씨는 “북한에 50년 동안 살면서 한순간도 조국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해 국민을 숙연케 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그의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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