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계열 독립운동 재조명]주요 인물 행적과 평가

  • 입력 2004년 8월 26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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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좌익계열 독립운동의 복권과 포상 방침을 밝힘에 따라 이들 독립운동가의 활동과 행적, 그리고 포상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정부가 지금까지 포상하지 않은 좌익 계열 독립운동가에 대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뿐 아니라 광복 후 활동까지 포함해 엄밀하게 재평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포상 여부를 결정하는 국가보훈처는 지금까지 광복 후 사회주의 활동을 계속한 운동가에게는 포상하지 않았다.

▽학계의 평가=좌익 활동으로 인해 독립운동의 공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대표적 인물로 학계는 몽양 여운형(夢陽 呂運亨)을 꼽는다. 몽양의 독립운동뿐만 아니라 광복 후 좌우합작에 의한 통일정부 구상도 평가하는 것. 학계는 또 몽양이 좌파 성향을 띠었지만 사회주의자는 아니었고, 미군정도 그의 대중적 역량을 높이 샀다고 본다. 그는 1947년 서울에서 좌우합작을 반대하던 정파에 의해 암살됐다.

죽산 조봉암(竹山 曺奉岩)은 젊은 시절 조선공산당에 참여하고 고려공산청년회 대표로 소련 코민테른 총회에 참석하는 등 사회주의 운동을 했다. 그러나 광복 후 박헌영에게 공산주의 활동의 모순을 지적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뒤 공산주의 운동을 중지했다. 학계는 조봉암이 광복 전에 이미 전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만 정권 시절 급진적 노선의 진보당을 창당,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이승만을 정치적으로 압박했던 그는 1959년 ‘국가변란’을 기도한 간첩 혐의로 사형됐다. 정치적 희생자라는 게 학계의 평가다.

고려공산당에서 활동했던 유정 조동호(榴亭 趙東祜)는 여운형과 함께 건국동맹을 결성해 활동하다 수감됐다. 광복 후 건국준비위원회와 사회주의 계열의 근로인민당에 참여했지만 건강이 나빠져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하다 1954년 사망했다.

이들과 다른 그룹으로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했으나 광복 후 북으로 넘어가 활동하다 숙청된 인사들도 있다.

의열단과 조선민족혁명당을 조직해 무장독립운동을 하다 1948년 남한 단독정부가 수립되자 월북한 김원봉(金元鳳)이 대표적 인물. 북한에서 국가검열상, 노동상 등을 지냈지만 1958년 숙청됐다. 한글학자로 이름 높은 김두봉(金枓奉)은 1919년 3·1운동에 참가한 뒤 상하이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했으나 광복 후 북에서 북조선노동당 위원장 등을 지내다 역시 1958년 처형됐다.

▽정부의 포상 상황=국가보훈처는 1990년부터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에게도 포상을 해 왔다. 1995년 이동휘와 계봉우가 포상받았다. 올해에는 고려공산당과 조선공산당 만주총국 결성 등에 참여한 공산주의 독립운동가 윤자영을 건국훈장 독립장 포상자로 결정했다.

국가보훈처가 밝힌 포상 기준은 ‘독립운동의 뚜렷한 공적이 있으면서 대한민국 정부에 어떤 방식으로든 위해를 가한 일이 없고 북한 정권에 동조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 맞지 않아 포상 신청이 거부된 대표적 인물이 여운형이다. 지난해 유족이 포상 신청을 했지만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독립운동의 공은 인정되지만 광복 후 북한을 방문하고 신탁통치를 찬성한 전력 등이 문제가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광복 후 좌익계열 조직에 계속 몸담았던 조동호도 포상 신청을 했지만 거부됐다. 이 밖에 만주 등지에서 항일 무장운동을 했던 김시현,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사법부장을 지냈으나 조선공산당 재건준비위에 참여했던 김한 등도 신청했으나 포상받지 못했다.

포상 신청은 유족이나 제3자라도 그 공적과 행적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보훈처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로서 포상받은 인물은 100명 선. 그러나 조봉암 김원봉 김두봉 김철수 안광천 등은 아직 포상 신청이 이뤄지지 않았다.

포상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위원회는 독립운동사를 전공한 학자 23명과 광복회 회장 등 생존 독립지사, 공무원 등 총 27명으로 구성되며 전원 합의로 결정한다.

한편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모두를 포상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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