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상심으로 불안감 극복하자

  • 입력 2004년 3월 12일 17시 44분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말미암아 국민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가뜩이나 양극화되어 있는 국론대립 양상이 더욱 심화되고 국정과 민생이 큰 혼란에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이 받은 충격과 당혹감은 당장 주가의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국정 공백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사태의 빠른 수습을 위해서는 모두가 극단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평상심과 침착성을 유지하는 게 급선무다. 그러나 탄핵 가결을 전후해 국회 앞에서 시위대원이 분신을 시도하고 국회 안으로 차를 몰고 돌진하는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진 것은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 세력들이 팽팽히 맞서는 대결 국면이 국민의 긴장을 자아내고 있다. ‘좋은 학교’ 운운한 노 대통령의 발언 직후 일어난 대우건설 남상국 전 사장의 자살사건은 그의 비리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 대립구도가 어떤 파멸적인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대결 구도 속에서 갈수록 이성적인 판단은 실종되고 감정 대결이 격화되는 상황이다. 더 이상의 국가적인 불행이 없도록 이번 탄핵 사태로 대립 양상이 확대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해법은 이제부터라도 통합과 대화의 기본원칙을 회복하는 것이다. 각자의 이해관계는 잠시 접어두고 한국 사회라는 공동체가 유지 존속되기 위한 지혜와 슬기를 모아야 한다. 그 첫걸음은 역시 법률이 정한대로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가는 법치(法治)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국민의 마지막 기대마저 저버린 정치권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나마 정치권이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부터라도 이성의 정치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참으로 암담한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러나 모두가 제자리를 지키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일 때 난국을 둘러싼 안개는 차츰 걷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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