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행사가 北외화벌이 수단인가”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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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평화를 추구한다는 목적을 지닌 민족통일평화체육문화축전(평화축전)이 북한의 ‘외화 벌이’ 성격을 띠었음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북측이 27일 이 행사를 끝내고 돌아가면서 출발시간을 늦춰가며 당초 약속한 개런티를 지불하라며 남측과 실랑이를 벌이는 바람에 드러났다. 남북간의 체육 문화 행사에서 대가를 둘러싼 공개적인 논란이 빚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북측은 행사 참가의 대가로 당초 현금 100만달러와 냉장고 TV 등 120만달러어치의 현물을 개런티로 받기로 했다는 것.

남측 조직위원회는 문화방송(MBC)이 주간방송사 중계료 등의 명목으로 지급한 50만달러를 착수금 형식으로 북측에 전달했으나 다른 개런티는 지급하지 못했다. 북측이 약속과 달리 예술단과 취주악단을 보내지 않자 MBC가 주간방송사 역을 포기해 남측 조직위는 나머지 50만달러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기업들의 후원금과 광고료 등도 여의치 않았다.

북측은 27일 오후 5시에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숙소인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에서 개런티를 즉각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버텼다.

남측 조직위는 북측이 예술단을 파견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공연료 등으로 책정한 현금 50만달러를 추가로 지급할 수 없으며 현물지급분도 60만달러어치만 주겠다고 제안했다.

북측은 추후 개런티에 대해 논의하기로 하고 이날 밤 늦게 돌아갔으나 협상 과정에서 ‘이런 식으로 하려면 다시 행사할 생각을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로 내년에 또 평화축전이 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김원웅(金元雄) 남측 공동조직위원장은 “외국 유명 단체를 초청할 때 개런티를 주는 것처럼 북측에 개런티를 지급하기로 계약을 했다”면서 “기업들의 광고료와 후원금 등으로 북측에 지급할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행사에서 북측에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은 관례”라고 말했다.

남측은 개런티 이외에 경기장 비용과 북측 참가단 체재비 등 행사 비용을 남북교류협력기금과 행정자치부 특별교부세 지원금 등으로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축전이 열렸던 제주지역 주민들은 이 행사의 순수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귀포시 원모씨(39·회사원)는 “북측 대표가 평화축전을 남북 화해의 장, 통일을 앞당기는 행사라고 말했으나 돈을 주기로 약속하지 않았다면 북측이 왔겠느냐”며 “북측이 외화 벌이를 위해 남북 행사를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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