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재신임]외국인들 "별 영향 없다"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8시 51분


외국계 증권사에서 일하는 증시전문가들은 10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JP모건증권 이승훈 전무는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말자. 별 영향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이날 주가 급등은 외국인들이 3000억원을 넘게 주식을 순매수한 때문이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전무는 “미국 주식시장도 고용 안정과 기업실적 호전을 바탕으로 급등세를 타고 있다. 특히 대규모 해외투자 펀드들은 미국 경기의 회복으로 한국 대만 등 신흥시장(이머징마켓)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고 선취매(先取買)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외국인들은 6일 한국시장에서 4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수할 때 대만에선 6000억원 이상을 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전무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전반적 경기보다 개별기업의 경쟁력을 보는데 삼성전자 같은 기업은 한국기업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진재욱 UBS증권 서울지점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치에 민감한 반응을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정치나 지역색깔 등은 잘 모른다”고 전했다. 이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것은 ‘전 세계 시장 전망’이라는 큰 틀에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진 지점장은 “외국인들은 세계적으로 강세장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은 물론 미국 시장의 추가상승을 예상케 하는 지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대통령 발언의 여파가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대통령 발언 이후 ‘한국의 경제상황이 좀 더 나빠지지 않겠느냐’고 인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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