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재신임 묻겠다"]내각제 개헌 공론화 되나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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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0일 던진 재신임 카드는 정치권내 개헌 논의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이 집권한 지 8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대통령의 진퇴(進退)를 건 재신임 카드를 내놓은 것이 대통령 개인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 대통령제 자체에 대한 공론화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우선 노 대통령의 재신임 결과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을 경우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회복하면서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잠복할 공산이 크지만, 불신임을 받을 경우는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급부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 대통령이 불신임을 받아 물러날 경우 현행 헌법상 ‘궐위 후 60일 이내’ 규정에 의해 후임 대통령을 다시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제의 존폐(存廢) 문제는 뜨거운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기에다 아예 재신임 투표를 개헌안 처리와 연계시켜 ‘개헌안 통과=불신임’으로 몰고 가려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실제 이미 정치권은 개헌 논의를 받아들일 토양을 갖추고 있는 상태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이날 노 대통령의 회견을 접한 뒤 “국민투표로 대통령이 불신임을 받게 되면 대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며 “사견이지만 그 때는 한 번 뽑으면 5년 동안 계속 하는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제가 낫다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민주당내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된다.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대통령을 한 번 잘못 뽑으면 5년간 나라가 골병든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차제에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 개헌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천 대표의 한 측근도 “현행 대통령제는 부정부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거들었다. 아예 자민련은 “내각제 개헌론을 알리는 때가 왔다”고 환호했다.

반면 신중론도 없지 않다. 자칫 개헌론을 불쑥 꺼내들 경우 ‘대통령 흔들기’로 비쳐 역풍이 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내각제를 고리로 한 야권 3당의 연대가 자칫 ‘보수 대연합’으로 비쳐지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이날 ‘국민투표가 안 되면 개헌을 검토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 코멘트’로 일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도 “현 국면에서 개헌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국가를 더욱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며 “또 개헌을 하려면 한나라당 자민련 등과 연대를 해야 하는 데 이는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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