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여사 '청와대 6개월']대통령에 따끔한 비판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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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관저에서 권양숙 여사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노무현 대통령이 관저에서 권양숙 여사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청와대의 안주인인 권양숙(權良淑) 여사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 6개월(25일)을 맞은 요즘도 여전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그림자’ 내조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고시공부를 6년여 동안 뒷바라지하기도 했던 권 여사는 청와대 안팎에서는 노 대통령에게 상당한 발언권을 갖고 있는 엄격한 비판자로 알려졌다.

5월 18일 노 대통령이 광주 5·18국립묘지에 참배하러 갔다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학생들에게 입장을 저지당한 직후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는 말을 했을 때 권 여사는 노 대통령에게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해 부부싸움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권 여사는 또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중앙 일간지는 물론 경제지까지 10여개의 신문을 꼼꼼히 읽는다. 그중 참고할 만한 얘기가 있으면 노 대통령이 출근하기 전에 꼭 알려주며, 조언을 하고 있다.

그런 탓에 노 대통령은 가끔 참모회의 때 권 여사에게 혼난 얘기를 전하며 “고등학교 훈육주임 선생님 같다”고 말한 적도 있다.

권 여사는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에는 비공식적인 바깥나들이를 삼가고 점심 식사 후 본관 집무실에 나가 아동 복지 분야의 궁금한 사항에 대해 참모들로부터 브리핑을 받거나 역사서적 등을 중심으로 2∼3시간 독서를 한다.

권 여사도 청와대 생활을 하면서 ‘권위’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노 대통령과 마찬가지. 처음에는 비서실에서 ‘영부인’이라는 호칭을 썼으나, 권 여사가 ‘여사님’으로 불리기를 좋아해 지금은 ‘여사님’으로 굳어졌다.

일반에게 녹지원 앞마당을 개방한 것도 권 여사의 의견에 따른 것이었고, 아들 건호(建昊)씨와 딸 정연(靜姸)씨 부부와 함께하는 매주 일요일 아침식사는 권 여사 본인이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달 29일 어린이 시설 안전점검차 경기 가평군 ‘대성의 집’을 방문했을 때에는 지은 지 30년 되는 구건물을 둘러보는 것을 경호실에서 한사코 반대했으나, “어른들이 제대로 살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고집해 끝내 현장을 둘러봤다.

관저 생활의 답답함은 노 대통령과 경내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타기, 배드민턴 등으로 풀고 있다. 특히 골프를 좋아하는 권 여사의 골프 실력은 90대 초반. 이 때문에 최근 노 대통령과 가진 몇 차례의 골프라운딩은 권 여사가 적극 주장해 이루어졌다는 후문이다.

권 여사는 5월 노 대통령, 일부 장관 및 참모들과 라운딩할 때 버디 1개를 포함해 96타를 쳤다. 이번 여름휴가 때도 대전 유성구의 군 골프장에서 노 대통령, 경호실장, 주치의 등과 두 차례 골프를 쳤다고 한다.

머리 손질은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살 때 자주 이용했던 동네 미용실에서 매일 청와대로 찾아와서 만져주고 있다. 의상 역시 따로 코디네이터가 없고, 권 여사가 행사의 성격 등에 맞춰 직접 골라 입는다. 의상은 강남의 비싸지 않은 몇 군데 의상실에서 맞춰 입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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