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땅 의혹 공개 못할 속사정 뭐였나

  • 입력 2003년 6월 5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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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의 경기 용인시 땅 매매를 둘러싼 의혹 가운데 큰 궁금증은 이 땅을 호의적으로 매입했던 1차 매수자와 2차 매수자인 소명산업개발의 실소유주가 누구냐였다. 청와대의 두 차례 해명과 노 대통령 기자회견 때도 익명으로 남아 있던 ‘호의적’ 1차 매수자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으로 밝혀졌으나 이씨와 소명산업개발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강 회장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 이씨의 잘못을 지적함으로써 이씨가 더 이상 침묵할 수만은 없게 됐다. 강 회장이 “노 대통령이 당선되기까지 잘 보필해 놓고서 왜 용인 땅으로 의혹 살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고 이씨를 비판한 대목은 사실상 문제의 정곡을 찌른 것이다. 이씨는 노 대통령이 당선된 후 1차 호의적 거래보다 더 호의적인 조건에 땅을 직접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 지금과 같은 화근이 되지는 않았는지 밝힐 때가 됐다. 그것은 강 회장이 지적한 대로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보필한 전 후원회장의 도리이기도 하다.

강씨가 “지인들과 상의하느라 다소 발표 시일이 지체됐다”고 말했는데 그동안 상의한 지인들 속에 노 대통령 측근이나 청와대 보좌진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강씨가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향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한 것을 보면 아직도 공개 못할 속사정이 있거나 측근들의 힘겨루기가 심상찮다는 인상을 준다.

용인 땅 거래에서 불법 비리라고 볼 만한 사실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지만 결코 노 대통령이 무관할 수 없는 문제이며 남은 임기 동안 친인척 및 측근 관리의 시금석이 되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사실관계를 한꺼번에 투명하게 털어놓지 않고 여론에 밀려 야금야금 내놓다가 의혹을 오히려 키웠다.

청와대와 노 대통령의 측근들은 소명산업개발의 실소유주 등에 대해 모든 것을 사실대로 공개하고 국민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용인 땅 의혹이 출범 100일 지난 정권의 발목을 계속 붙잡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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