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정권 도덕성 이 정도였나

  • 입력 2003년 5월 9일 18시 25분


김대중 정부에서 핵심 요직에 있던 인사들이 비리 의혹으로 줄줄이 사법처리되거나 수사대상이 되는 모습에서 우리는 배신감을 느낀다.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이용근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한광옥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같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것이 현실이다. 애국심을 강조하던 안정남 전 국세청장은 특정업체의 세금을 부당하게 깎아준 혐의로 수사망이 좁혀지자 조국을 등지고 해외로 도피했다.

금융권과 기업을 엄격하게 감시 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는 경제 분야 ‘빅3’의 수장과 국가 운영의 최종적 책임자를 보좌하는 대통령비서실장이 돈이나 청탁을 받고 부당한 일을 눈감아주었다면 나라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권력의 비호는 결국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불법 탈법 탈세를 부추기고 그만큼 국민경제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새 정부 들어 잇달아 불거진 전직 고위 인사의 권력형 비리는 DJ정권의 도덕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지난 정권 내내 온 나라를 들쑤셨던 각종 게이트와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거의 빠짐없이 고위 관리들이 연루됐던 사실을 국민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검찰총장 대통령수석비서관 등 얼마나 많은 인사들이 임기 중 낙마하거나 법정에 서야 했던가.

이들 비리혐의자들은 재임 중 앞장서서 개혁을 외치던 인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남기씨는 ‘재벌개혁’ ‘깨끗한 시장’을 유난히 강조했고 언론사 세무조사를 지휘한 안정남씨는 ‘정도세정’ ‘언론개혁’을 수없이 되뇌었던 사람이다. 앞에선 개혁을 외치면서 뒤로는 검은 돈의 포로가 되었으니 그런 개혁작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겠는가.

지나간 정권만의 일이 아니다. 권력에는 늘 유혹이 따르게 마련이다. 현실적으로 감시가 어려운 집권층의 폐쇄적인 개혁독점 의식은 이처럼 부패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새 정부가 지난 정권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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