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만교수 국정원 업무보고 배석-개혁작업 주도 논란

  • 입력 2003년 4월 4일 18시 32분


코멘트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기 위해 국실별로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공식직책이 없는 일부 인사들이 참여해 ‘비선(秘線)’ 조직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고 내정자는 지난달 말부터 국정원의 외부 사무실인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그 자리에는 대통령직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위원을 지낸 서동만(徐東晩) 상지대 교수와 외교안보연구원의 K 교수 등도 배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교수는 또 고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는 물론 국정원 전반의 개혁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 작업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오전 본보 기자가 이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고 내정자는 측근 5, 6명과 함께 회의 중이었으며 면담요청을 하자 관리요원을 통해 “지금은 만나줄 수 없다. 이곳에서는 북한 핵문제 등 현안에 관한 업무를 검토하고 있고 국회 청문회도 준비 중이다”고 전했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서 교수의 경우 고 내정자의 보좌역할을 하고 있지만, 현재 국정원의 어떤 직책에도 정식 임용되지 않은 상태여서 국가기밀사항을 다루는 국정원의 업무보고를 받을 자격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 주변에서는 “서 교수가 기조실장으로 기용될 것이라는 얘기는 있지만, 아직은 정식 발령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의 보고를 받을 법적 근거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 때문에 중대한 기밀사항은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또 대표적인 진보 학자인 서 교수의 ‘이념적 성향’ 때문에 그가 국정원의 대북 및 해외 정보 관련 업무를 맡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정보에 바탕을 두고 정책을 결정할 때 다양한 시각을 가진 전문가의 토론이 필요한 데 1차적인 정보수집기관이나 그 정보를 걸러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중심채널에 진보적 학자가 포진할 경우 정보 왜곡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서 교수가 최근 국정원 개혁을 위해 내부 인사로 구성된 ‘조직운영개선 태스크포스’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정원 일각에서는 인적청산 작업이 구체화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일고 있다. 서 교수는 인수위 때부터 국정원 개혁방안을 맡아 준비해 왔다.

특히 인적청산의 타깃이 김대중(金大中) 정부 아래에서 득세했던 호남 출신 간부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DJ정권 시절 왜곡됐던 인사구조는 당연히 바로잡혀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고 내정자측은 이에 대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작업은 단순한 인사 조직개편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해외정보 수집 기능의 강화 등 전반적인 기능재조정과 맞물려 진행되는 것인 만큼 특정 지역의 인맥을 겨냥한 인적 청산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