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235억의혹 수사 유보" 공식발표

  • 입력 2003년 2월 3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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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현대상선의 2235억원 대북 비밀송금 의혹 사건 수사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과 국가의 장래 이익을 위해 수사를 유보하고 우선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수사 유보 방침을 3일 오후 공식 발표했다.

검찰이 수사 유보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대북 비밀지원 사건에 대한 실체 규명은 정치권의 논의를 거쳐 그 주체와 범위, 방향 등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검찰의 이번 결정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국회 차원의 해결’을 언급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정치적 판단’이라는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이날 오후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 의혹 관련 수사 여부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전국 검사장과 서울지검 수사팀 등 내부 의견을 수렴한 결과 정치권의 진상 규명 노력이 진행 중이므로 수사를 유보하고 우선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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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검찰은 “남북 경제협력사업은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평화통일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은 먼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이 순서”라고 설명했다. 또 “검찰 수사는 사법처리를 전제로 한 절차인데 이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가 앞으로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 국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을 맡은 서울지검 형사9부(이인규·李仁圭 부장검사)는 이날 금강산 육로관광사업 목적으로 방북하기 위해 검찰에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한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 2명에 대해 4일 출금을 일시 해제해 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해 출금된 박상배(朴相培) 산업은행 부총재 등 15명에 대한 출금은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이날 오후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과 김학재(金鶴在) 대검 차장 등 대검 수뇌부와 유창종(柳昌宗) 서울지검장, 박영수(朴英洙) 서울지검 2차장, 이인규 형사9부장 등 검찰 간부들이 대검 청사에 모여 2시간 동안 논의를 거친 끝에 수사 방향에 대한 검찰의 최종 의견을 정리했다. 검찰은 전국 검사장과 법무부 및 대검, 서울지검 간부 등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전체의 80% 정도가 수사 유보를 주장했고 10% 정도는 수사 착수, 나머지는 수사 중단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유보를 주장한 검사들은 이번 사건이 기본적으로 정치적 의혹 사건인 데다 통치행위 논란과 대북 문제 등 법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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