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끝까지 가나]폐연료봉 재처리 '최후도박' 우려

  • 입력 2002년 12월 24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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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연료봉 제조공장의 봉인까지 제거했다. 21일 5㎿ 원자로를 시작으로 폐연료봉 저장시설, 방사화학실험실 등에 뒤이은 것으로 북한이 선언한 대로 모든 봉인과 감시카메라를 제거한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말하자면 북한이 1단계 조치를 끝낸 셈”이라며 “앞으로 북한이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를 봐가며 관련국들과 협의를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력생산이라는 북한의 대외 명분은 이미 허구임이 밝혀졌다. 전력생산과 무관한 시설들에 손을 댔기 때문이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94년 맺은 북-미간 제네바 기본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것으로 보고 미국과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남한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이 협상을 시작할 적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대미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주민들에게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준비하라고 얘기하고 있으며 핵개발을 생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일단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설치한 모든 봉인을 뜯어내고 감시카메라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5㎿ 원자로에 새로운 연료봉을 장전, 재가동에 나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공사가 중단된 50㎿와 200㎿ 원자로에 대한 건설 재개도 북한이 꺼낼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50㎿는 1년 이상, 200㎿는 2,3년이 각각 지나야 완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로 가동 다음 단계는 수조 속에 보관중인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으로 미국은 이를 선전포고로 인식하고 있다. 이 단계가 되면 핵무기 개발 의사가 분명해진 만큼 외교적 노력 이외의 다른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당분간 폐연료봉을 방사화학실험실로 옮겨 재처리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93,94년에 구사한 벼랑끝전술을 다시 꺼내들고 있지만 폐연료봉 재처리라는 진짜 벼랑끝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체제와 김정일(金正日) 정권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핵위기는 고조시키겠지만, 6월의 서해교전과 같이 남한을 겨냥해 무력도발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미국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남한까지 완전히 등을 돌리게 만든다면 그야말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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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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