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10Q&10A]북한 주민은 굶주리는데 왜 핵개발 하나?

  • 입력 2002년 12월 24일 18시 37분


《북한이 10월 초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시인한 이후 북한 핵문제가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약속위반을 이유로 중유 제공을 중단하자 북한은 오히려 이를 구실로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른 핵시설의 동결을 해제함으로써 한반도정세는 새로운 위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북한 핵위기를 둘러싼 궁금증을 문답풀이를 통해 알아본다.》

Q1:핵개발 중단안하면 어떻게 되나요

A1:신의주특구-개성공단 등 경제개혁 실패

해마다 200만t가량의 식량이 부족할 정도로 만성적인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이 수억∼수십억달러에 이르는 큰돈을 들여 핵 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북한 체제와 김정일(金正日)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북한은 이미 6·25전쟁 이후부터 핵 개발을 꿈꿔왔습니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만으로는 미국에 맞서 사회주의 체제를 지켜낼 수 없다고 판단한 거죠. 1965년 구소련에서 실험용 원자로를 도입하면서부터 추진해 오던 핵 개발은 94년 제네바합의로 일단 중단된 상태입니다.

북한이 정말 경제난 타개를 원한다면 핵 개발을 당장 중단하는 게 낫습니다. 그래야 경제협력과 지원을 기대할 수 있고, 7월부터 시작한 경제개혁조치나 신의주특구, 개성공단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Q2:부한은 왜 핵무기를 가지면 안되나요

A2:日 핵무장 촉발 동북아 '회약고' 될 수도

북한이 핵폭탄을 단 한 발만 갖고 있어도 한반도 특성상 서울은 물론 남한의 상당한 지역이 위협받게 됩니다. 이른바 ‘일발 원폭론’입니다. 직접 남한을 겨냥하지 않더라도 핵무기를 잘못 관리해 사고가 나면 방사능 오염이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됩니다.

또 일본이 북한 핵 억지를 명분으로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주변이 말 그대로 ‘핵 병기고’가 되고 맙니다.

게다가 북한은 197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198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원자력을 평화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991년엔 남북간 비핵화 공동선언에도 서명한 바 있습니다. 핵 강대국들의 논리를 강요 받은 측면도 있지만, NPT 체제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세계질서이고 북한도 가입한 체제입니다.

Q3:통일되면 핵무기도 우리것 되는건 아닌가요

A3:核 파괴력 감안땐 평화통일 사실상 불가

남북이 통일되면 북한의 핵무기도 결국 우리 민족의 힘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 남한이든 북한이든 ‘핵 주권’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지나치게 막연하고 위험한 생각입니다. 핵무기가 지닌 가공할 파괴력과 국제정치상 핵무기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를 보유한 북한을 평화적으로 흡수 통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골목에서 마주친 돈 많은 부자와 칼을 든 강도의 관계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북한이 핵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 중의 하나도 남한에 흡수 통일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설사 남북이 통일돼 북한의 핵무기가 우리 것이 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는 미국과 직접 대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Q4:핵시설 가동하면 바로 핵무기 만들 수 있나요

A4:4개월내 3∼4개분량 플루토늄 추출 가능

3∼4개월 내에 초보 수준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알루미늄캔에 싸 수조 속에 보관 중인 8000여개의 폐연료봉을 꺼내 재처리를 거쳐 플루토늄을 얻는 방법입니다.

이는 바로 북한이 최근 봉인을 제거한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이뤄지는데 폐연료봉 8000개를 재처리하는 데는 3∼4개월이 걸립니다.

이 정도의 분량이면 순도 93% 정도의 플루토늄239를 25㎏(핵무기 3, 4기 제조 분량)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 영변의 5㎿ 원자로를 재가동하면 거기에서도 사용 후 연료봉이 나오는데 그것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얻거나 우라늄을 농축해 핵무기의 원료인 순도 90% 이상의 우라늄235를 추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들 방법으로는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5:미국은 언제까지 참을까요

A5:이라크문제 정리되면 본격적 해결 나설듯

IAEA와 NPT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미국은 북한이 핵연료봉 생산시설에 대한 봉인 및 감시카메라를 제거해 핵동결해제 조치의 1단계를 마무리한 현 시점에도 구체적인 공식 대응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단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다루는 등 국제법적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라크 문제가 정리되고 난 뒤에는 본격적이고도, 전방위적인 공격적 방식으로 북한 문제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상원 외교위원장이 23일 “지금 이 순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보다 북한이 미국의 이익에 즉각적으로 더 큰 위협”이라고 말한 것도 미국의 대응이 조만간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내년 2, 3월이 고비입니다.

Q6:북한폭격 가능성은 없나요

A6:한반도 초토화 우려…美 쉽지 않은 선택

최종적이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의 북폭(北暴) 가능성입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지속한다면 이를 막기 위해 평북 영변을 중심으로 한 핵단지에 대한 국지적인 미사일 공격(surgical strike)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 기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93, 94년 핵위기가 발생했을 때 북폭 계획을 수립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곧바로 북한의 반격을 불러 서울을 초토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은 물론이고 막강한 재래식 전력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선제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북한의 태도에 따라 상황은 언제 바뀔지 모릅니다.

Q7: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A7:안보위협 상황에서 경제협력 지속 어려워

북한 핵위기는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남한의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북한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각종 경제협력사업이나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거나 지속해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북 퍼주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아 현 정부는 물론이고 차기 정부도 한층 더 부담을 느낄 것입니다.

북한이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단계를 밟는다면 93, 94년의 ‘북폭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핵위기가 고조되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남한기업 전용공단으로 추진되고 있는 개성공단도 성공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남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Q8:일본-중국-러시아 입장은 어떤가요

A8:日 해결 적극적…中-러는 대북제재 망설여

미국을 제외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의 공식 입장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한다는 뜻이지만 이면에는 미국의 지나친 대북 압박을 경계하는 기류도 있습니다.

다만 일본은 정체된 북-일 국교정상화는 물론 북한핵 문제에 일정한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핵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한미 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북한 지도부에 ‘핵개발은 국제 정세를 오판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과 오랜 동맹관계인 중국과 러시아는 일본과 달리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를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대북 영향력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Q9: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A9:위기감에 外資유입 줄어…經協도 뒷걸음질

북한의 핵개발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단계를 밟는다면 1993, 94년의 ‘북폭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핵 위기가 고조되면 될수록 남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외국인 투자자도 투자 규모를 줄이게 돼 국내 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못 사니까, 동포니까, 언젠가는 통일을 해야 하니까 등의 이유를 내세워 대북지원과 경제협력을 추진하기는 부담스러워집니다. 국민 여론이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을 향해 칼을 빼어든 강도에게 선심을 베풀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Q10:한국정부는 어떤 역할을 할수 있나요

A10:北韓 목표는 美와 대화…南 영향력 제한적

북한이 NPT를 전격 탈퇴하면서 비롯된 93, 94년의 핵위기 때는 우리 정부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하고만 협상을 하겠다고 고집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정부가 나름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햇볕정책의 결과로 이미 북한과 다양한 대화채널을 갖고 있는 데다 핵문제가 북-미간의 현안이기도 하지만 민족문제이기도 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미일 3국이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까지 만들어 공동대응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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