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AEA 核감시 제거 요구]주요국 언론 반응

  • 입력 2002년 12월 13일 18시 31분


카타르를 방문 중인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12일 기자회견에서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국제적인 의무를 이행토록 하는 데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하AFP연합
카타르를 방문 중인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12일 기자회견에서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국제적인 의무를 이행토록 하는 데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하AFP연합
▼더 타임스 “부시 다음 목표는 북한”▼

미국 영국 등 주요국 언론들은 13일 북한의 핵동결 해제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대(對)이라크전 준비 때문에 북한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뉴욕 타임스는 12일 북한의 협상 패턴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 선언은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안에서는 북한이 협상을 원하는지, 핵무기를 팔아치울 의도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북한 문제가 한국의 대선 결과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줄 복병이 됐다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 현재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포스트는 사설에서 한국의 대선과 이라크전 준비 때문에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행동을 미루는 것도 유용한 선택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 북한의 전투적인 행동은 미국으로부터 관계개선과 경제지원을 얻어내고 다음 공격 대상이 북한이 아니라는 보장을 얻어내려는 시도라고 전했다.

▽영국 언론〓더 타임스는 12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미국이 대(對)테러전 때문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라면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고 나면 북한을 다음 목표물로 삼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은 대북 중유공급 중단 뒤 대북 협상수단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강경책을 선호하기를 희망하지만 공개적 영향력 행사를 원치 않기 때문에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케이토 연구소의 외교 국방 연구담당 부소장인 테드 갤런 카펜터는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북한은 한국과 일본의 핵보유를 막기 위해 미국에 기대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한다면 일본과 한국의 핵 보유를 용인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BBC 방송은 북한은 자신이 위협적이며 심각하게 다뤄야 할 존재임을 알리기 위해 미국의 관심 끌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방송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한국인뿐 아니라 주한미군, 북한에서 미사일 공격이 가능한 일본에서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외교적 접근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방송은 또 강경 발언에도 불구, 북한이 개방에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벼랑끝 정책으로 치닫고 있지만, 부시 정권은 힘에는 힘으로 대결한다는 자세이기 때문에 북한의 그런 수법은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와 대화하고 경제개혁을 추진해 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하며 강경책은 자멸을 부를 뿐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중국 언론〓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최근 북핵 위기의 책임은 개입정책을 포기하고 대북 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거부해 온 부시 행정부에 있다고 보도했다.

명보(明報)는 미사일을 선적한 북한 선박 나포에 이어 북한의 핵시설 가동 재개 선언으로 한국의 대선에서 보수파인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핵시설 재동결 문제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말을 강조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곽민영기자havefun@donga.com

▼北경수로사업 '살얼음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 의장인 장선섭(張瑄燮) 경수로기획단장은 13일 오찬을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가급적 북한 핵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려고 애썼다. 핵시설 재가동이라는 북한의 결정에 대해 누구보다도 우려하는 입장이지만 시기가 민감하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다른 KEDO 관계자들도 “별도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경수로 건설공사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원론적인 얘기만 거듭했다.

그러나 북한이 전력생산을 위한 핵시설 재가동에 그치지 않고 폐연료봉의 봉인을 뜯어내는 등 극단적인 행동에 들어갈 경우 함경남도 신포지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수로 건설공사는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한이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을 시인한 이후 대북 중유공급을 중단한 KEDO 집행이사회는 11월 “북한과의 여타 KEDO 활동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12월분 중유가 아직 제공되고 있지 않지만, 금호지구의 경우 한국전력이 확보한 자체 발전기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공사는 현재 계속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핵위기가 심화하면 현재 신포지구에서 체류 중인 700여명의 남한 인력도 신변안전 보장을 위해 국내 복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한발 빨라진 北韓보도▼

‘핵 동결 조치를 해제하겠다’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처음 알려진 것은 12일 오후 4시29분. 연합뉴스가 이를 ‘긴급’ 뉴스로 처리하면서부터였다. 이어 AP통신이 오후 4시42분, AFP통신은 오후 4시51분에 연합뉴스를 인용해 담화를 보도했다.

북한은 그동안 중앙통신을 이용해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나 성명을 영문뉴스로 내보낸 뒤 한글로 된 내용은 대개 다음날 아침 대내전용인 중앙방송이나 대남전용인 평양방송을 통해 공개해 왔다. 이 때문에 외국 언론들이 소개한 중앙통신 보도를 국내에서 재번역해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고, 우리 정부당국자들도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정책결정 시간을 하루 늦춘 적도 있었으나 이번엔 거꾸로 된 셈이다.

연합뉴스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실시간’에 가깝게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은 이틀 전인 10일 북한 중앙통신과 도쿄(東京)에 설치된 단말기를 통해 뉴스를 직접 전달받는 수신계약을 체결한 덕분이었다.

연합뉴스 민족취재본부 관계자는 13일 “그동안 외국언론들이 자기네들 시각에서 북한뉴스를 과장해 보도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제는 우리의 시각을 통해 보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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