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권대표가 쓴 김정일評傳에 北-러 불만

  • 입력 2002년 12월 4일 18시 04분


지난해 7, 8월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동행했던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대통령 극동지구 전권대표가 올 가을 모스크바에서 출간한 ‘김정일과의 러시아 동방특급’(본보 9월 17일자 A8면 보도)이 예기치 못한 비난에 직면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격려까지 받아 그의 인간적 면모를 소개하려는 것은 좋았지만 인용한 근거 자료와 내용 때문에 러시아와 북한 당국 모두로부터 비난받고 있는 것.

그는 당시 수행했던 다른 러시아 외교부 관리가 비밀 보고서를 위해 작성했던 메모를 인용했다. 한 러시아 외교관은 “그가 김 위원장뿐 아니라 그 비밀 보고서 작성자의 신뢰까지 깨버렸다”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시인한 직후 나온 이 한정판 회고록은 일반 독자보다도 전 세계 정보기관 공작원들의 수집 대상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북한측에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김 위원장의 호화 만찬. 풀리코프스키 전권대표는 책에서 “전용열차에는 심지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용 열차에도 없는 진기한 음식과 호화 시설들로 가득했다”고 썼다.

러시아 외교가에서는 “평양에 투자 무역회사를 가지고 있는 풀리코프스키 전권대표가 북한 정부에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책을 썼겠지만 의도와 달리 그의 회사는 이제 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을 맞을 것”이라고 비아냥대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뻔질나게 평양을 드나들던 풀리코프스키 전권대표가 책 출간 이후 단 한번도 평양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