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노공조 차질

  • 입력 2002년 12월 1일 17시 18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간의 실질적인 공조체제 가동이 계속 차질을 빚고 있다. 양측은 1일 회동을 갖고 본격적인 대선공조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정 대표가 대북정책의 우선 조율을 요구하고 나서는 바람에 회동일정을 잡지 못했다.

정 대표는 이날 "유권자들이 노 후보에 대해 일부 걱정하는 일이 있다. 우리가 공조 책임을 다하려면 정책조율, 특히 대북정책에 먼저 의견이 조율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행(金杏) 대변인이 전했다.

또 전성철(全聖喆) 정책위의장은 "핵심정책에 관한 양당 조율이 이뤄지기 전에 당 차원의 공조는 어렵다. 노 후보와 정 대표간 회동이나 정 대표의 유세지원도 이같은 조율이 이뤄진 뒤 가능할 것이다"며 "정책조율에는 2,3일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북한 핵 문제만 해도 통합21은 '핵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현금 지원은 곤란하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현금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북정책이 두 사람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반영하는 핵심정책으로 하루 이틀새에 수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 대표의 '공조 거리조절' 시도는 분분한 추측을 낳고 있다.

정 대표측은 일단 급진성향으로 인식돼온 노 후보의 이념적 좌표를 '보완'하지 않으면 득표에 한계가 있는 데다가 '정책 노선에 따른 연대'라는 단일화 명분도 살릴 수 없다는 이유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노 후보측은 정 대표가 '대선 이후'에 대한 보다 확실한 보장을 겨냥해 시간을 끄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 대표측이 선거일이 18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노 후보의 대북정책 궤도 수정을 요구하고 나선 데에는 '약속 이행'은 해야겠는 데 '독자성 유지'라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는 복잡한 속내가 반영돼 있는 듯 하다. 통합21측 핵심관계자도 "아무리 공조를 해도 '정체성'을 잃는다면 대선 이후 후회할 수 있다"며 노 후보 쪽에 완전히 발을 담그기 어려운 정 대표의 처지를 대변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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