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代 미납 관광대가 南정부서 책임져라”

  • 입력 2002년 9월 12일 23시 00분


제2차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당국자 회담이 결렬됨으로써 지난달 초 7차 남북장관급회담 이후 순항하던 남북관계가 암초를 만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번 회담의 결렬이 앞으로 예정된 각종 남북 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일시적 상황’이 아닐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남북은 이날 오전 9시로 예정된 전체회의를 9시간이나 연기시켜 가며 막판 타결을 시도했으나 끝내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회담 결렬 배경〓회담이 결렬된 직접적인 이유는 북측이 우리측에 금강산관광사업 대가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측은 금강산관광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2005년 2월까지 9억4200만달러를 북측에 관광대가로 지불키로 합의했었다. 북측은 특히 현대가 지난해 2∼5월의 관광대가 2400만달러의 지급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남한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대북 경협사업에서 정경분리 원칙을 지켜야 할 뿐 아니라 정부지급 보증의 부담을 다음 정권으로 떠넘길 때 쏟아질 문제점을 의식해 북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하튼 정부는 북한이 회담 결렬로 파생될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돈 문제를 꺼낸 배경을 다각도로 분석중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육로관광이 이뤄지는 데 대해 아직도 근본적 저항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분석하고 있다. 육로관광은 남북간의 물리적인 통로를 확고하게 만들어 놓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고, 이는 분단 반세기 동안 굳어졌던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특히 북한 군부의 격렬한 반대에 부닥쳤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남한의 대통령선거 결과를 지켜본 뒤 차기 정권과 새로운 ‘거래’를 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남북관계 등 향후 영향〓앞으로의 남북관계는 북한이 1회성 교류행사보다는 남북관계 진전에 영향을 미칠 각종 실무회담에 어떤 태도로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이번 회담 결렬은 미국내 대북강경론자들의 입지를 강화시켜 북-미 대화의 진전에 장애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회담 결렬만으로 북한의 태도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역시 17일로 예정된 북-일 정상회담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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