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관 찾는 탈북자 왜 적나

  • 입력 2002년 5월 19일 18시 41분


장길수군(18) 가족이 지난해 6월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진입한 뒤 중국을 떠도는 탈북자의 해외공관 진입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한국 공관에 망명을 시도하는 탈북자는 그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북한인이라고 신분을 밝힌 남자가 17일 베이징 한국총영사관에 들어왔다가 나간 것조차 의외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정도이다. 왜 그럴까.

탈북자를 지원하는 민간단체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만났던 탈북자 대부분은 ‘우리 공관 직원들이 돈 몇 푼 쥐어주면서 다시 오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해 이런 식으로 난처한 상황을 모면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비정부기구(NGO)가 탈북자 기획망명 과정에서 한국 공관을 제외시켜 온 것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NGO 관계자들은 “탈북자가 한국 공관에 진입할 경우 중국과 남북한의 문제로 성격이 규정돼 ‘난민지위 인정’ 요구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공관이 중국공안의 집중적인 감시를 받고 있는 것도 탈북자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한국 공관에 대한 중국공안의 감시는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노동당비서가 97년2월 한국대사관으로 망명한 이후 특히 강화됐다.

정부 관계자들은 탈북자 문제에 관한 한 현재로서는 ‘조용한 해결’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탈북자가 매년 500명 정도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것도 사실은 정부가 중국 및 제3국과 조용하게 해결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도 이제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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