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비서진-당직개편 해설

입력 2001-09-11 17:51수정 2009-09-1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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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단행된 대통령수석비서관 인사는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들로 인해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DJ식 소신’ 인사〓임동원(林東源) 전 통일부 장관은 3일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지 8일 만에, 7일 개각으로 통일부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4일 만에 예상대로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장관급)로 발탁됐다. 예상되는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외교안보팀을 임동원 체제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햇볕정책에 대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집착’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회의 해임건의안 가결 취지를 정면으로 무시한 ‘오기 정치’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총 8명의 수석비서관 중 정책기획(박지원·朴智元) 정무(유선호·柳宣浩) 민정(김학재·金鶴在) 경제(이기호·李起浩) 등 서열 4위까지와 서열 8위의 공보(오홍근·吳弘根) 등 5명이 호남 출신이란 점도 눈에 띈다.

▽청와대 책임론〓청와대는 10일까지만 해도 수석비서관 2, 3명이 교체될 것이라고 했으나 더 큰 폭인 5명이 교체됐다. 이는 민주당 일각에서 “최근 정국상황에 대해 당은 책임을 졌지만 청와대는 책임지려는 것 같지 않다”는 청와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편 폭이 급작스레 늘어났기 때문인지 공보수석과 국정홍보처장, 민정수석과 법무부 차관의 맞바꾸기 등 일부 부자연스러운 모습도 눈에 띈다. 청와대 내에서조차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언론과의 전쟁’을 최일선에서 수행해 온 오홍근 국정홍보처장이 청와대로 들어간 것은 향후 정부의 언론 대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막판 조정 과정에서 당초 경질 대상으로 검토됐던 일부 수석비서관이 ‘버티기’ 끝에 유임되거나 다른 자리로 옮기는 형식으로 구제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폭 개편도 ‘빅3’ 인선에 불만을 표시해온 민주당 일각의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할 듯하다. 당 관계자는 “지목된 특정인 한 사람만 바꿨으면 평가받을 일이었는데…”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세력 균형의 문제〓초선 의원 출신인 신임 유선호 정무수석은 정치경력이 일천해 독자적인 정치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인 출신인 한광옥(韓光玉) 전 비서실장과 달리 교육자 출신인 신임 이상주(李相周) 비서실장도 그 역할이 비정치적 분야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중요 사안들은 상대적으로 정치 경험이 더 많은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여권 일각에서 이번 인사를 두고 박지원 수석의 독주 체제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벌써 박 수석이 ‘왕(王) 수석’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한 여권 인사는 “청와대 내에서조차 최소한의 ‘세력 균형’이 무너지게 됐다”며 “대통령의 의중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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