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외교委長 민주당으로 교체]대북정책에 훈풍 불까

  • 입력 2001년 5월 25일 18시 32분


바이든(왼쪽) 헬름스
바이든(왼쪽) 헬름스
제임스 제퍼즈 상원의원의 공화당 탈당으로 초래된 미국 상원의 ‘여소야대’ 구도는 미국의 대북정책과 한반도에도 여파를 미칠 전망이다.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보수적인 제시 헬름스 의원(공화)이 진보적인 조셉 바이든 의원(민주)에게 위원장을 물려주게 됐기 때문이다.

헬름스 의원은 미 의회에서 북한에 가장 비판적인 ‘매파 정치인’으로 꼽힌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앞장서서 신랄하게 비판한 주역이 바로 그였다.

헬름스 의원이 외교위원장으로서 마지막으로 주재한 23일 대북정책 청문회는 그의 부정적인 북한관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청문회 시작에 앞서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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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공산 독재정권은 지구상에서 가장 사악한 정권의 하나다. 평양의 지도자들은 반세기 이상 주민들에 대해 테러와 고문 투옥 살해를 자행해왔다. 나는 단 한번도 북한에 핵 발전소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해 본 일이 없다. 그런 정권에 핵 기술을 전해 주는 것이 도대체 미국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그는 이에 앞서 3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이 핵 동결에 관한 제네바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폐기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바이든 의원은 그 무렵 워싱턴을 방문했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냉대, 한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났다고 성토하고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달초 김정일(金正日)북한국방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유예 조치를 연장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북한은 진정으로 미국과의 거래를 원하고 있다”며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위해 북한의 위협을 이용하지 말고 북한과의 대화를 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은 바이든 의원이 앞으로 부시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을 적극적으로 견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부시 행정부와의 대북정책 공조 문제로 고민해 온 한국으로선 생각지도 않던 든든한 ‘원군’이 등장한 셈이다.

그러나 보수적 싱크 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래리 워첼 아시아 담당 국장은 “상원 외교위원장의 힘이 막강하기는 하지만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 대화를 지시할 수는 없다”며 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상원이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추진하는 미사일방어체제 관련 예산 지출에 제동을 걸겠지만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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