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국회 대표연설]"의약분업 원점서 재검토를"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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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표연설을 마치고 신임장관들로부터인사를 받고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표연설을
마치고 신임장관들로부터
인사를 받고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 우선’이란 단어를 무려 13번이나 사용했다.

연설의 주 내용도 △의료보험재정 △교육붕괴 △서민경제 △현대사태 등 민생 및 경제현안에 대한 현정부의 대책을 따지고 자신의 대안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최근 정치권의 이슈인 3당 정책연합, 개헌론, 정계개편 등 현안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외면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혐오증만 불러일으키는 투쟁적 모습보다는 대안을 내놓을 줄 아는 정치 지도자의 인상을 심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또 개헌론과 같은 민감한 정치현안은 언급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공론화의 빌미가 된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이전의 대표연설에서는 여러 가지 통계수치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지만 이번 연설에서는 딱딱하게 느껴지는 화법을 피하려 한 것도 특징 중의 하나였다. 이 총재는 무료급식소에서 만난 한 중년남자의 이야기, 세 자녀의 과외비에 시달리다 이민을 신청한 한 학부모의 이야기 등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장 얘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보험 재정문제와 현대사태에 대해서는 각각 국정조사를, 공적자금문제는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국정조사권을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정부 여당의 실정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따지겠다는 의지였다. 의료보험재정문제는 당초 6대 원칙을 제시하려 했으나 막판에 제외됐다.

연설문 작성에는 최병렬(崔秉烈) 부총재를 팀장으로 해 맹형규(孟亨奎) 기획위원장과 유승민(劉承旼) 여의도연구소장, 특보단 등이 참여했고 최종 원고는 3차례의 독회를 거쳐 확정됐다.

다음은 이 총재 연설의 분야별 요지.

▽의료보험재정〓의약분업과 보험통합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고집스러운 태도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과 이해당사자, 정책당국이 참여하는 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국민토론의 마당을 여야 공동으로 열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자.

▽교육문제〓공교육의 정상화가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균등한 교육기회는 가장 효과적인 소득분배정책이 될 것이다. 교육백년대계를 준비하기 위해 중립적, 전문적 기구로서 ‘21세기 국가교육위원회’를 상설할 것을 제안한다.

▽서민경제와 지방경제 회생대책〓지방건설업 회생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확대, 지방 중소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대책이 시급하다. 전 월세 대란이 서민생활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고 전 월세의 정확한 시장정보를 세입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현대사태〓지난 1년간 현대의 4개 부실계열사에 지원한 금액만 무려 12조7300억원이다. 기업구조조정의 원칙은 이미 무너졌다. 공적자금에 대한 청문회를 더 늦기 전에 실시해야 한다.

▽언론탄압〓권력이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 못지 않게 걱정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과 같은 국가기관의 정치적 예속화다. 공평과세와 자유시장경제의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할 국세청과 공정거래위가 언론탄압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 큰 손실이다.

▽대북 및 외교정책〓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해 나가되 모든 조치들은 철저하게 검증돼야 한다.‘경제를 돕되 평화를 얻는다’는 전략적 상호주의가 지켜져야 한다.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소동은 한미간 신뢰를 손상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솔직한 대화를 통해 양국간 신뢰를 복원해 나가야 한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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