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모습과 똑 같구나

  • 입력 2000년 12월 1일 10시 27분


"아버지 살아계실 때 모습과 똑같구나."

1일 평양 고려호텔 1704호에서 서양화가 김 한(金 漢.73)씨는 북에서 유명한 시인이 된 동생 김 철(67)씨의 얼굴을 매만지며 아버지의 옛 모습을 떠올렸다.

형 김씨는 그저 "살아있어 줘 고맙다"는 말을 되뇌이면서 "앞으로 자주 만나자"고 동생과 `기약없는 약속'을 했다.

함께 가져온 가족 사진을 꺼내 동생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동안에도 형은 잡은손을 내내 놓지 않았다.

형은 이날 시인이 된 동생을 위해 준비한 질 좋은 종이와 수첩, 필기구 등을 선물로 전달했다. 좋은 시를 많이 쓰라는 의미에서 준비했다고 형은 설명했다.

형 김씨는 "동생 내외를 위해 내의와 점퍼, 운동화, 스웨터를 준비했는데 조카들이 나올 줄은 미처 몰라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함께 온 조카들에게 미안함을표시했다.

50년만에 두 손을 잡은 `남의 화가와 북의 시인' 형제는 30일 평양 고려호텔 2층의 단체상봉에 이어 이날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서로 살아온 얘기를 나눴다.

형 김씨는 "어려서 나는 그림공부를 하고 동생은 글재주가 있었다"며 "시인이됐다고 하니 그 방면으로 참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생 김씨의 아들 김 석씨는 "어버지는 92년 4월에 `어머니'라는 시로 시인으로서는 최고영예인 `김일성상'을 받았다"며 "북의 주민은 이 시를 암송할 정도로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함경북도 성진에 살다가 월남한 형 김씨도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8차례개인전을 열었으며 지난 95년에는 `이중섭 미술상'을 받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했다.

특히 이들 형제는 이미 6년전 재미교포의 도움으로 서로 생사를 확인한 후 동생의 시에 형이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문예 지상을 통한 상봉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했다.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는 꿈이나 생시나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모든 소원을 풀었다"며 형 김씨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편 서울과 평양에서 꿈같은 하룻밤을 보낸 제 2차남북 이산가족 교환방문단은 1일 가족, 친척들과 이틀째 만나 이산의 아픔을 달래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장재언(張在彦) 북한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이 이끄는 북측 이산가족 100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숙소인 잠실 롯데월드 호텔 객실에서 가족단위로 개별 상봉을 하고 있다.한다. 북측이산가족은 오후 1시30분에도 가족단위로 개별 상봉한다.

이산가족들은 이날 낮 남측 가족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오후에는 잠실롯데월드 민속관을 둘러본 뒤 박재규(朴在圭) 통일부장관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또 봉두완(奉斗玩)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를 단장으로 한 남측이산가족 100명도 이날 오전, 고려호텔에서 개별상봉 시간을 갖고 있다.

이산가족들은 가족단위로 점심식사를같이 한뒤 평양시내 사적지를 참관할 예정이다.

남북 이산가족 방문단은 서울과 평양에서 환송만찬에 참가한뒤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된다.

양측 방문단은 이어 2일 오전 혈육들과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면서 북한의 국적기인 고려항공편으로 각각 귀환한다.

[서울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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