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이후 한국]北 빗장풀기 가속화될듯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5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은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한층 탄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외교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벨위원회는 14일 평화상 수상 배경으로 “김대통령이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한 사이에 50년 이상 지속된 전쟁과 적대감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김대통령이 추진해온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구상을 국제적으로 공인했다는 뜻이다.

한반도 문제가 지역 간 이해구도와 맞물려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김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은 ‘한반도문제 당사자 해결’이라는 명분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국제적 지지와 후원을 바탕으로 남북 화해분위기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확고히 다지고 평화통일을 위한 기반조성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대북정책에 대한 일부 비판여론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운 입장에서 6·15 공동선언의 이행에 전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2일 북―미 공동성명을 통해 새롭게 추진될 북―미관계 개선과 맞물려 북한을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끌어내는 데도 일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연구원 서동만(徐東晩)교수는 “김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은 북―미관계 개선과 맞물려 단기적으로 상승효과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봄으로 예상되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답방 때까지 한반도 문제가 급류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교수는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미관계의 진전이 가속화될 때 북―일관계가 뒤를 이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그동안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추진해오던 ‘페리 프로세스’가 한 단계 발전해 ‘평화 프로세스’로 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한반도에 쏠릴 국제사회의 시선이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 움직임을 ‘되돌아올 수 없는 지점(Point of No Return)’을 건너게 하는 구속력을 갖게 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노벨상이 남북관계 및 북한의 대외접촉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를 보장하는 문서는 아니라는 점에서 현실에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접촉이 남북관계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남북관계에서 ‘속도’를 낸 것이 노벨상을 타기 위해서였다는 일부의 의혹을 씻기 위해서라도 내실 있는 대북정책을 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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