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자금 정계유입 의혹]당시 신한국당 지도부 반응

  • 입력 2000년 10월 4일 19시 10분


96년 15대 총선 전 안기부 자금이 신한국당에 유입됐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시 신한국당 지도부의 사건 관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재는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그러나 김전대통령 본인이 총선 자금을 직접 관장하지는 않았다는 게 당시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김기수(金基洙)비서관은 4일 “이번 사건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계도 없다. 언론 보도 내용도 (김 전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느냐”며 일축했다. 그는 이 사건의 발단이 됐던 경부고속철 로비의혹에 대해서도 “우리가 그 때 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여러 차례 조사를 통해 천하가 다 알게 된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당시 대표위원은 김윤환(金潤煥)현 민국당 대표이나 그 역시 “돈 문제는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총선 석달 전쯤인 1월 말경 대구 경북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지역구(경북 구미을)에 내려가 현지 선거에만 전념했다. 회의 때나 가끔 참석했을 뿐이어서 선거자금 관계는 전혀 알 수 없었다”는 것.

대표 체제와 별개로 선거 직전에 구성된 선거대책위원회 책임자들도 선거자금 모금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선대위 의장이었던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는 이날 당직자들로부터 사건 보고를 받고 웃기만 했다고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이 전했다. 주실장은 “내가 보건대 총재는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고 관심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자연히 관심은 당시 사무총장으로 선거조직과 자금을 총괄 지휘했던 강삼재(姜三載)한나라당 부총재에게 쏠렸다. 그러나 강부총재도 “내 생명을 걸고 맹세하는데 나는 이번 일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부총재는 또 경남종금에서 ‘세탁’된 자금이 신한국당 일부 의원들에게 지급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자들과 일면식도 없다”고 말했다. 재정국장이었던 조익현(曺益鉉)전의원은 “다른 쪽에서 관여했는지는 몰라도 나는 국고보조금이나 특별 및 일반 당비 등 공식적인 자금만 담당해 모른다”고 말했다.

안기부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부인했다. 안기부장이었던 권영해(權寧海)씨는 본사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금시초문이다. 전혀 할 이야기가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안기부 예산을 관리하는 운영차장이었던 김기섭(金己燮)씨는 지방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가 연락이 닿지 않아 안기부 자금의 신한국당 유입 여부는 결국 검찰수사가 마무리돼야 진상이 드러날 것 같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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