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각국 반응]평화정착 계기…정례화 강조

  • 입력 2000년 8월 13일 19시 12분


역사적인 남북 이산가족상봉에 대해 세계 각국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환영하는 한편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더욱 공고해지는 획기적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상봉의 정례화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10일 “이산가족들이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어야 이번 교류가 긴장완화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 “추가 상봉이 이루어질지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사회에 미칠 반향을 고려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북한이 진정으로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지, 혹은 남측의 경협과 대북지원에 대한 ‘선물’로 이산가족교류에 응한 것인지는 추가 교류에 대한 북한의 향후 태도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언론들도 “이산가족상봉이 계속적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보장은 아직 없다”며 상봉의 계속성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스즈키 노리유키(鈴木典行)라디오프레스 이사는 “이산가족 상봉은 분단의 끝을 알리는 시작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한 차례의 정치적인 쇼로서 끝나면 의미가 없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오(慶應)대의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교수는 “남북정상회담은 형식적으로는 통일을 위한 회담이었지만 내용은 화해 공존을 위한 회담이었기 때문에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고 지적, “통일을 위한 첫걸음으로서 이산가족 상봉을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이산가족 상봉은 분단 반세기에 걸친 한반도 민중의 한이 풀리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남북관계가 훨씬 긴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사회과학아카데미 산하 동방학연구소 한국―몽골과장인 유리 바닌 교수는 “남북한 뿐만 아니라 전인류에게 커다란 빚이었던 이산 가족 상봉은 정상회담에 이어 앞으로 남북한이 상호 신뢰와 이해의 길로 나가는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분단에서 오는 이질감 때문에 오랜만의 접촉에서 불필요한 오해나 새로운 갈등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도쿄·베이징·워싱턴·모스크바〓심규선·이종환·한기흥·김기현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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