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유엔성명 추진 의미]'유엔대립 55년史' 마침표

  • 입력 2000년 8월 6일 19시 17분


남북한이 유엔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하는 성명이나 결의안을 이끌어내기로 합의한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남북한과 유엔의 역사 속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냉전시대의 유엔은 남북한간 반목과 질시의 장소였다. 이번 합의는 남북한의 이념 대결장이었던 유엔이 남북화해와 협력의 장으로 새로 자리매김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공교롭게도 남북 분단의 역사가 시작된 1945년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식발족했다. 그리고 그 후 남북한 갈등과 대립의 역사는 유엔에 그대로 투영돼 왔다.

48년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의 감시 아래 총선이 실시됐고 그에 따라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지만 북한은 같은 해 9월9일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선포하며 유엔의 권능을 부인했다.

75년 9월 제30차 총회에서는 남측과 북측의 전혀 상반되는 결의안이 동시에 통과되는 기이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남북대화의 계속 촉구,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보장 마련을 위한 협상 개시’ 등을 담은 우리측 결의안과 ‘유엔군사령부의 무조건 해체, 주한미군의 철수’ 등을 요구하는 북측 결의안이 표결을 통해 동시에 채택된 것.

이를 계기로 남북한문제를 유엔에서 해결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한반도문제의 ‘불상정 불토의’ 원칙이 유엔의 불문율이 됐다. 탈냉전의 분위기를 타고 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한 뒤에도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문제는 유엔에서 해빙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방콕 남북외무장관회담(7월 26일)을 계기로 상황은 급변했다. 이정빈(李廷彬)외교부장관과 백남순(白南淳)북한 외무상은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하는 유엔 차원에서의 성명이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공동 노력키로 한 것.

전문가들은 남북의 이같은 노력이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본격적인 남북협력을 알리는 ‘신호탄’의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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