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보는 정상회담]오코노기/경협과 안보조화가 과제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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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은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성공을 거둘 것이다. 경우에 따라 남북 최고지도자간에 특별한 개인적 관계가 생길지도 모른다. 여러 관점에서 볼 때 정상회담은 김정일(金正日)총서기의 전략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김정일 자신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새롭게 형성될 남북관계는 1, 2년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나 새 정권의 대북정책이 만들어지기까지 1년은 걸릴 것이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임기는 2년반 남아있다. 김정일총서기는 2002년 2월 회갑 때까지 피폐한 북한경제를 재건 궤도에 올려놓지 않으면 안된다.

1, 2년 안에 한국으로부터 북한에 수십만t의 비료와 식량이 들어가고 석탄 전력까지 제공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원조가 계속됐으면 하고 생각할 것이다.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까지 이뤄진다면 한국으로서도 북한에서 쉽게 철수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50년간의 분단상황을 고려할 때 남북간에 대규모 경제교류가 시작돼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야말로 실질적 의미에서 획기적인 것이다.

다만 경제외 분야에서 큰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북한의 경직된 태도는 통일 3원칙의 재확인이나 예비교섭 의제협의에서 난항을 겪은 것으로 봐서도 알 수 있다. 남북간 경제경쟁에서 패배해 한국의 경제원조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는 북한으로서는 그만큼 정치분야에서 자기주장을 관철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 없이는 북한은 한국과 대등한 입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자기주장은 북한 국가체제의 특징인 ‘경제적 취약성과 정치적 강인성’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 눈으로 보면 ‘경제협력과 정치대립의 공존’은 기묘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로서는 이상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김일성(金日成)주석은 베를린장벽 붕괴와 사회주의진영의 소멸 등 국가적 위기에 직면해 종래의 ‘연방제 통일론’을 대폭 수정,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의 ‘남북공존’방식을 준비했었다. 92년 2월에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가 어디까지 재확인될 것인지는 이번 회담의 초점 중 하나다.

일본과 미국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안전보장이나 테러문제를 보류한 채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대북관계를 급속히 진전시킨다면 일-미-한의 공동보조를 혼란시킬지도 모른다. 한국이 대규모 경제지원을 하고 있는데 일본과 미국이 북한에 핵과 미사일개발, 테러 포기를 요구하기란 불가능하다.

김대중정부의 최대 난제 중 하나는 남북협력과 일-미-한 협조를 어떻게 조화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일본과 미국의 협력 없이는 한국도 충분히 북한을 지원할 수 없다. 결국 일본과 미국은 새로운 남북관계 형성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한국에 협력하기 위해서라도 안전보장이나 테러에 관한 북한의 양보를 원하고 있다.

오코노기 마사오<일 게이오대교수>

▼오코노기교수는 누구?▼

오코노기 교수는 일본 최고의 한반도문제 권위자로 꼽힌다. 69년 게이오(慶應)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72년부터 2년간 연세대에 유학했다. 78년부터 게이오대 법학부 교수와 지역연구센터소장, 연세대 객원교수, 미국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센터와 조지워싱턴대 중소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저서로 ‘한국전쟁’ ‘포스트 냉전의 한반도’ ‘기로에 선 북한’ ‘일본과 북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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