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총선때 10억대 뿌려…100여명 최고 2000만원

  • 입력 2000년 6월 5일 03시 09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상태의 기업체인 동아건설이 4·13 총선 당시 현역의원 등 100여명의 후보자들에게 10억원대의 정치자금을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4월초 이 회사의 고병우(高炳佑)회장이 로비대상자 168명을 선정, 이 가운데 100여명에게 2000만∼500만원의 선거자금을 지원한 것을 본보 취재팀이 확인했다.

본보는 이와 관련해 고회장이 자필로 작성한 로비대상자 명단 가운데 45명의 명단도 단독 입수했다. 정치권 로비의혹사건 가운데 로비대상자 명단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고회장은 3월말경 4·13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 1000여명 가운데 로비대상자 168명을 선정한 뒤 이창복(李彰馥)사장과 유영철(劉永哲)고문, 대한통운 곽영욱(郭泳旭)사장에게 10∼50명씩 할당해 로비자금을 보내도록 지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건설의 한 관계자는 “고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사장 등이 3월말부터 4월초까지 1주일에 걸쳐 직접 또는 측근을 통해 돈을 전달했으며 고회장도 직접 또는 측근을 통해 선거자금을 보냈다”고 밝혔다.

고회장은 정치적 지위와 명망, 개인적 친밀도 등을 감안해 로비대상자를 A, B, C, D의 네 등급으로 분류한 뒤 최고 2000만원에서 최하 500만원까지 차등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가 입수한 명단에 포함된 로비대상자 수는 당적별로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의 순이었다. 동아건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고회장이 전북 군산 출신이지만 김영삼정권에서 건설부장관을 지낸 연고 등으로 한나라당측 인사들을 더 잘 안다”고 설명했다.

동아건설측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후보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를 후원금으로 처리해 영수증을 발부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대부분은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동아건설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고회장 등은 로비자금을 살포하는 과정에서 동아건설과 대한통운의 노조측에 이같은 사실이 알려져 노조가 크게 반발하자 도중에 중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회장은 이에 따라 계열사 매각과정 등에서 조성한 20여억원의 비자금 가운데 절반 가량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98년 9월 워크아웃 대상 1호로 지정된 동아건설은 최근 3조3000억원에 이르는 과도한 부채와 건설수주량 격감에 따른 책임 문제로 노조측이 ‘고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내분이 계속되고 있다.

고회장은 이 같은 로비의혹에 대해 “선거철에 일부 후보자들에게 선거자금을 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대상자 수와 액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관련기사

동아건설 계열회사 매각때 로비자금 챙겨

[동아건설로비]고 병우회장, 정치자금 지원설 부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