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특권 "의무 비해 지나치다"…외국은 줄어드는데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14분


세계적으로 국회의원의 특권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국제의원연맹(IPU) 보고서와 달리 한국의 국회의원은 여전히 의무보다 권한이 압도적이다.

현재 헌법이 보장하는 의원들의 특권은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불체포특권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회기 전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중 석방한다’(헌법 44조)는 내용.

또 면책특권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헌법 45조)가 골자.

그러나 IPU 보고서는 국회의원 특권 제한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 경실련 이석연(李石淵·변호사)사무총장도 “우리 헌법은 고전적인 권력분립 이론에 따라 의원들의 특권을 지나치게 폭넓게 규정하고 있는 측면이 많다”면서 “예를 들어 명확히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발언은 면책특권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

실제로 15대 국회 하반기에는 한나라당이 검찰 소환을 받은 당 소속 일부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의 매일 국회를 열어놓았다. 98년에는 제187∼199회(임시국회 12, 정기국회 1회), 99년에는 제200∼209회(임시국회 9, 정기국회 1회)가 잇따라 열린 것.

세비 등 의원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혜택 규정에도 불합리한 특혜조항이 그대로 남아있다.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의원의 임기 개시일을 5월30일로 못박아 134명에게 1인당 약 420만원의 ‘공돈’을 주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 의원들은 또 IMF체제 돌입 직전인 97년 11월 6명의 기존 보좌진 외에 4급 보좌관 1명을 더 둘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가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

이처럼 의원의 권한은 폭넓게 보장돼 있는 반면 의무 관련 규정은 상대적으로 빈약해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 실정이다.

특히 유일한 의무인 재산공개의 경우도 대부분 형식적인 조치에 그쳐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