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운동'유권해석 의미]당락 직접영향 제재키로

  • 입력 2000년 1월 18일 00시 49분


17일 중앙선관위가 시민단체의 낙천 및 낙선운동에 대해 내린 유권해석에는 실정법의 잣대와 국민적 여론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히 드러났다.

이날 회의의 핵심의제는 최근 이슈가 된 선거법 87조(단체의 선거운동금지)가 아니라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현행 선거법 58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였다. 현재 논란의 대상인 시민단체의 활동양상이 현 단계에서 87조를 적용하기에 앞서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될 소지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58조를 적용하더라도 특정 후보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지만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 등은 사전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최근의 시민단체 활동을 어떻게 보느냐가 또다른 선관위의 고민이었다.

결국 선관위는 이날 확정한 '시민단체의 선거관련 활동 운용기준안'을 발표하며서 10일 경실련의 명단공개 행위는 '위법'으로 규정하고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기로 했다. 즉 단순한 의견개진이 아니라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할 경우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능동적'활동에 해당된다는 현행 선거법 정신을 살린 것. 선관위는 이와 함께 시민단체가 선거와 관련해 '해도 되는' 활동의 범위를 예시함으로써 어느 정도 '법적 활로'는 열어놓았다.

선관위는 이처럼 58조와 관련한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문제의' 87조에 대한 개정작업에 착수해 김대중대통령의 지시와 보조를 맞추었다. 이에 따라 이제 87조는 개정여부가 결론지어질때까지 논란의 뒤편으로 물러선 대신 당장은 58조, 즉 법정선거운동이 시작되는 3월28일까지의 활동내용을 둘러싼 정부당국과 시민단체의 힘겨루기 양상이 전면에 대두될 전망이다.

실제로 시민단체가 선관위 유권해석을 무시하고 낙천 낙선운동을 감행할 경우 정부당국은 상당히 난감한 처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선관위로서는 시민단체의 행위를 위법으로 결론지은 이번 결정에 따라 검찰에 수사의뢰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역시 본격 수사에 들어갈 수 밖에 없어 시민단체의 정치개혁 움직임을 엉뚱하게 정부 당국이 나서 사법처리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경우 여론의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정연욱기자>jyw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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