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정국/여야 처신]『다수가 최선』 數싸움

  • 입력 1998년 4월 19일 21시 16분


여야가 막가고 있다.

환란(換亂)과 종금사 및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과정에 대한 검찰수사와 일부 의원의 당적변경 등을 둘러싼 대립으로 여야 모두 상식밖의 처신을 해 정치권에 대한 비난과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선 ‘거야(巨野)’인 한나라당은 ‘수(數)의 정치’에만 의존한 무분별한 행동으로 정국을 꼬이게 한다는 질책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한나라당은 환란 등에 대한 검찰수사를 ‘야당파괴공작’으로 규정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서리와 후보단일화협상대표인 국민회의 한광옥(韓光玉)부총재, 자민련 김용환(金龍煥)부총재를 선거법상 후보매수 및 이해유도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후보단일화에 의한 집권이 법적으로 하자가 있음을 입증, 현정권에 치명상을 입히겠다는 의도다. 여기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속의원의 이탈이 잇따르자 내부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그러나 현정권은 이미 대선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정통성을 부여받았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고발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속단할 수 없지만 한나라당의 조치는 금도(襟度)를 벗어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위적 정계개편’이라는 공작적 수단으로 대응하는 여권의 행태 또한 집권세력으로서의 정국운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여권은 그동안 자발적으로 합류하는 한나라당의원들을 막지는 않겠지만 인위적으로 정계를 개편하지는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18일 국민회의―자민련 합동의원총회에서 평의원은 물론 지도부까지도 인위적 ‘헤쳐 모여’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을 포함한 여권은 국민의 60∼70%가 정계개편을 지지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객관성이 충분히 검증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론이 ‘지고지선(至高至善)’은 아니기 때문이다.

양당은 96년 ‘4·11’총선 이후 당시 신한국당이 과반수를 채우기 위해 야당의원들을 빼내가자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하며 정계개편의 부당성을 강조했었다. 여권은 그때와 똑같은 이유를 들어 반박하는 한나라당을 비난하지만 여권의 주장은 포장만 바꾼 또 하나의 ‘상황논리’에 불과하다. 여권이 현정부출범 이후 야당에 시달려온 사정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당수뇌부가 앞장서서 정계개편방침을 공언하는데는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아무튼 여권의 정계개편추진 공언과 야당의 반발로 얽힌 정국이 풀릴 기미를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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