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기획예산위원회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다. 가장 시급한 핵심과제로는 산하출연기관 통폐합과 공기업 민영화 등 산하기관 정비가 주내용이었다. 과거 자료를 보자.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집권초기인 93년6월∼94년6월에도 똑같은 정부 발표가 있었다. “공기업 민영화를 과감하게 추진하고 산하출연연구소를 통폐합해 절반 가량 줄이겠다.”
발표일시와 당시 발표기관이 경제기획원이었다는 점을 빼고는 이날 발표와 다른 게 없다. 김영삼정부에서 이 개혁이 실패로 끝났음을 새삼스레 말할 필요는 없다. 한국통신 한국중공업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등 4대 공기업 민영화는 직원들의 반발로 백지화했다. 출연연구기관의 통폐합은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문제는 새 정부의 개혁 실천여부다. 안타깝게도 벌써부터 개혁 대상기관의 로비가 감지되고 있다. 각 출연연구소는 ‘존재의 이유’를 문서로 만들어 기획예산위에 보내고 있다. 기획예산위측은 “각 부처가 통폐합안을 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한다.
석유개발공사 등 공기업 관계자들의 기획예산위 출입도 잦아지고 있다. 말로는 ‘인사차 방문’이지만 그 속내는 짐작할 만하다.
기획예산위 정부개혁실의 한 관계자는 “이해 당사자들이 집안 마당에 찾아와 드러누워도 개혁을 계속할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4,5년전 김영삼정부의 개혁 담당자들도 비슷한 수준의 결의를 보이곤 했다.
또다른 기자가 5년 뒤 똑같은 정부 발표를 듣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선 우리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지만….
박현진<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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