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내탓발언」안팎]『누가 일부러 나라 망쳤겠느냐』

  • 입력 1998년 2월 5일 20시 28분


“어떤 공직자가 나라를 생각하지 고의로 임무를 태만히 했겠느냐.”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최근 여러 차례 측근들에게 ‘환란(換亂)’의 책임문제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토로해 왔다. 김대통령이 4일 김용태(金瑢泰)비서실장을 통해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도록 한 것도 이같은 인식에 따른 것이다. 가능하면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요청하지 않고 수습하려 했던 것이 당시 경제팀의 입장이었던 만큼 ‘정책판단의 실수’를 탓하더라도 동기까지 불순하게 보지 말아달라는 호소라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김대통령은 특히 관계당사자들이 외환위기의 책임을 ‘떠넘기기’하는 것처럼 언론에 비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오다 한 지인으로부터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당당하게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진언을 듣고 입장발표를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이 4일 저녁 박관용(朴寬用) 한승수(韓昇洙) 김광일전비서실장 김용태비서실장 등과 함께 한 만찬자리의 분위기도 이런 상황인식과 무관치 않았다. 김대통령은 “5년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일해온 사람들인 만큼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나라가 잘되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두차례나 거듭 당부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참석자들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잘되게 하려 했는데 이렇게 됐다. 새정부가 잘 되길 바란다”고 고개를 숙였고 김대통령도 시종일관 무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무튼 이런 어두운 분위기지만 퇴임을 준비하는 김대통령의 행보는 분주하다. 전직각료들과의 오찬(7일)과 현직각료들과의 만찬(18일), 퇴임간담회(20일) 등의 일정이 청와대를 떠나는 24일까지 꽉차 있다. 4만명의 인사들에게는 이임인사장도 보낼 예정이다. 한 측근은 “떠날 준비는 다 돼 있다”면서 “짐도 없는 만큼 트렁크 몇개에 옷과 운동화만 챙기면 된다”고 말했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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