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정치권]뜨는 별…지는 별…시드는 별

  • 입력 1997년 12월 30일 19시 54분


정치권의 부침과 영욕은 무상하다. 기세 좋게 나가던 정치인이 갑자기 발을 헛디뎌 추락하기도 쉽고 영락한 정치인이 때를 만나 하루 아침에 화려하게 변신할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정치권이다. 노동법파동 한보사태 신한국당경선 국제통화기금(IMF)쇼크 등 연중 끊임없이 태풍이 휘몰아친 정치권엔 잔해가 가득하다. 정권교체라는 헌정사 50년만의 초특급 태풍이 휩쓸고 간 한나라당은 황량함 마저 느껴진다. 97년 정치권의 지는 별, 뜨는 별, 시드는 별, 피어나는 별을 돌아 본다. 올해 최악의 정치인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었다. 필생의 업인 정치인생을 마감하는 김대통령의 뒷모습은 비참할 정도였다. 아들이 구속되고 최대업적으로 자부해 온 금융실명제가 백지화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 자신에게는 「무능」이라는 치욕적인 낙인이 찍혔다. 무엇보다도 대선은 수많은 정치인들의 명암을 엇갈리게 했다. 대선 때만 해도 한나라당 내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던 서상목(徐相穆) 백남치(白南治) 김영일(金榮馹) 하순봉(河舜鳳) 변정일(邊精一) 박성범(朴成範) 황우려(黃祐呂)의원 등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의 측근 「7인방」은 이제 공공연한 지탄의 대상이 됐다. 세번째의 킹메이커를 꿈꾸었던 「정치8단」 김윤환(金潤煥)고문도 당내 인책론과 대선에서 특히 지역감정유발 발언으로 근신해야 할 처지. 합당으로 상승을 꾀했던 조순(趙淳)총재나 이기택(李基澤)전의원 등도 대선패배로 스러지는 별무리에 합류하게 됐다. 이전의원은 포항북 보선에서의 패배로 입지가 더욱 군색해졌다. 여당사상 처음인 신한국당의 대선후보 자유경선 과정에서 한때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박찬종(朴燦鍾)국민신당고문은 경선을 중도에 포기해야만 했다. 이수성(李壽成)전총리도 끝내 경선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씻지 못하고 한나라당과 결별했다. 한나라당의 이홍구(李洪九)고문은 「안분(安分)」으로 명예는 지켰으나 그 또한 잊혀진 별이 됐다. 이한동(李漢東)대표와 김덕룡(金德龍) 최병렬(崔秉烈)의원은 경선패배후 대선전에 적극 참여, 나름대로 당내 입지를 보전했으나 대선패배로 장래는 역시 불확실하다. 경선을 관리했던 이만섭(李萬燮)국민신당총재의 득실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현 정권의 막강한 실세그룹을 형성했던 민주계의 몰락은 권력무상을 실감케 하는 대표적 사례. 맏형 격인 최형우(崔炯佑)한나라당의원은 병으로 쓰러졌고 서석재(徐錫宰)의원 등 일부는 국민신당으로 갔으나 한나라당에 잔류한 민주계 인사들 또한 심사가 편치 않은 상태다. 현 정권 하에서 두 차례나 집권당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나 대선과정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의 비자금의혹을 제기했다가 물의를 빚자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강삼재(姜三載)한나라당의원이나 경제부총리에서 물러난 뒤 한나라당 입당마저 거부당한 강경식(姜慶植)의원 등도 올해 빼놓을 수 없는 「스타일을 구긴」 정치인이다. 이인제(李仁濟)국민신당고문은 자신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대선에서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보여 줌으로써 아직 잔영이 남아 있는 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대선중 대구 경북지역의 차세대 주자로 거론된 강재섭(姜在涉)한나라당의원도 떠오르는 샛별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축제 분위기인 국민회의에서는 당내 「3두 마차」격인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이종찬(李鍾찬) 한광옥(韓光玉)부총재 모두 전도가 밝다. 조대행은 당내 입지를 더욱 굳혔고 김당선자가 총재직을 내놓을 경우 총재직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당내 기획본부장을 맡았던 이부총재는 인수위원장에 임명돼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DJP연대」성사의 가장 큰 공로자인 한부총재는 김당선자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여권출신으로 대선직전 막차를 탄 김중권(金重權)당선자 비서실장은 차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이미 예약해 놓은 상태. 정동영(鄭東泳)당대변인 등에게도 새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역할이 주어질 전망이다. 박지원(朴智元)특보는 모두가 꺼리는 대(對)언론관계를 전담, 몸을 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음지에서 일해온 경희대 나종일(羅鍾一)교수는 인수위 행정실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경제난으로 당내 경제통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것 같다. 「12인비상대책위」에 참여한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 장재식(張在植)의원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 등도 한창 뜨고 있는 중. 신건(辛建)전법무차관 오영우(吳榮祐)전1군사령관 엄삼탁(嚴三鐸)전병무청장 등도 정권교체 대열에 참여함으로써 어깨를 펼 수 있게 됐다. 반면 김상현(金相賢)고문 정대철(鄭大哲)부총재 등 비주류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됐다는 것이 중평이다. 대선에서 김당선자의 손을 들어 줌으로써 「베팅」에 성공한 자민련은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차기 총리로 유력시 되고 있고 박태준(朴泰俊)총재 김용환(金龍煥)부총재 등도 김당선자와 함께 경제 살리기의 주역이 될 것 같다. 강창희(姜昌熙)사무총장 이태섭(李台燮)정책위의장 허남훈(許南薰) 이양희(李良熙)의원 등이 유력한 입각대상자로 분류되고 있고 비주류인 박준규(朴浚圭)고문 박철언(朴哲彦)부총재 등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자민련 내의 「지는 해」로는 DJP연대에 반발, 탈당한 안택수(安澤秀)이의익(李義翊)박종근(朴鍾根)의원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대구출신으로 16대 총선을 위해 당을 떠났지만 당분간 「정치 철새」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한보사건은 여야 정치인 다수가 함께 「관재(官災)」를 겪은 사건이었다. 그로 인해 한나라당의 정재철(鄭在哲) 황병태(黃秉泰) 홍인길(洪仁吉)의원과 국민회의의 권노갑(權魯甲)의원 등이 의원직을 상실했다. 호남의 중진이던 국민회의 신기하(辛基夏)의원은 불의의 비행기사고로 목숨을 잃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임채청·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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