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가부도사태를 초래한 경제부처와 청와대 전현직 고위관계자들의 비리를 캐기 위한 내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나서자 주요 3당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내심 불만을 표시하는 모습이었고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은 적극 환영하면서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후보의 책임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공세를 펴고 나섰다.
▼ 한나라당 ▼
한마디로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검찰 내사가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에서 제기하는 경제파탄 책임공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는 국민여론을 무작정 외면하기도 힘든 게 한나라당의 처지다.
최병렬(崔秉烈)선거대책위원장은 5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재경원, 한국은행 당국자들의 책임이 크지만 어떻게 책임을 묻느냐는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책임을 묻는 방법에 대해서는 『미묘한 사안이라 언급을 자제하겠다』며 입을 다물었다. 김영일(金榮馹)기조위원장은 『검찰에서 무슨 의도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스러워 했다.
그러나 이회창후보는 4일 비상시국선언에서 『국가가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데 정부는 어디에 있느냐.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외쳤다. 또 이해구(李海龜)정책본부장은 5일 『재정경제원은 기능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검찰 내사가 경제파탄 책임공방으로 확산되는 것은 경계하되 적당히 김대통령과 경제당국의 책임문제로 거론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입장인 듯하다.
〈박제균기자〉
▼ 국민회의 ▼
『검찰 내사는 당연하다』며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5일 『검찰이 관료들의 직무태만 직무유기를 조사하는 것은 마땅하다』며 『선거가 끝나는 대로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경제파탄의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대변인은 또 『국정조사에서 여당은 물론 책임이 있다면 야당의 책임도 규명돼야 한다』며 『청와대와 행정부를 포함, 모두를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회의는 이날 경제파탄 책임론을 부각시키기 위해 김대통령 이회창후보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 김인호(金仁浩)전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 등을 「정축국치(丁丑國恥) 경제오적(經濟五賊)」으로 지목했다.
국민회의가 이회창후보를 경제오적에 포함시킨 것은 공세적 대선전략의 일환. 국민회의는 △감사원장 국무총리 시절 이후보의 무자비한 기업인 사정 △김대통령을 출당(黜黨)해 대통령의 마지막 위기수습 기회 박탈 △여당 대표로서 김대통령과 수없이 주례회동 및 당정회의를 한 사실 △기아사태의 정치적 이용 등을 이후보의 네가지 책임이라고 적시했다.
〈윤영찬기자〉
▼ 국민신당 ▼
김충근(金忠根)대변인은 5일 『책임자에 대한 검찰의 내사를 높이 평가한다. 국가부도 직전 집권당 대표를 지낸 이회창후보도 책임자범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인제(李仁濟)후보는 이날 지난달 26일 동아일보 주최 합동토론회에서 경제난국을 초래한 전현직 경제관료들에게 집권하면 배임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상기시키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경제관련 고위관계자와 특정기업의 유착관계가 경제전반의 실정과 금융위기 대응의 실기(失機)를 빚어낸 출발점이기 때문에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는 게 국민신당의 주장이다.
국민신당은 또 경제부처가 금융위기의 절박함을 축소 은폐해 사태를 악화시켰는지를 철저히 가려내 국민적인 공분(公憤)을 진정시켜야만 누가 집권하든 국민에게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호소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한다.
우동주(禹東周)부대변인은 『김대통령과 사실상의 집권당인 한나라당, 재경원관리들은 환부를 은폐하고 호도하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엄청난 「국치의 화」를 자초했다』고 비난했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