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대선자금」발언/野반응]「YS사전양해」여부 의혹

  • 입력 1997년 10월 17일 20시 11분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발언과 관련, 국민회의측은 이총재의 발언이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교감을 거쳐서 나온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에 비해 자민련은 「법적용의 형평성」을 강조했고 민주당과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진영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이총재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탐색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총재가 김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대선자금 문제에 단호한 입장으로 급선회한 것은 김대통령과의 교감이나 사전양해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하고 있다. 마치 87년의 「6.29 선언」이 전두환(全斗煥) 당시 대통령의 양해아래 사전각본에 따라 진행됐듯이 대선자금 조사를 통해 정치권 흔들기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등은 『이총재는 검찰이 김대중(金大中)총재의 비자금 수사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자 검찰을 압박하는 효과와 김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양수겸장의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총재가 김대통령의 양해아래 92년 대선자금도 조사해 과거의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구 정치인들의 발목을 잡고 정치권의 판을 새로 짜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같은 「그랜드 플랜」을 김대통령과의 교감없이 내놓기는 어렵다는 게 당안팎의 시각이다. 그러나 박지원(朴智元)총재특보 등은 폭로전을 시작했는데도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자 이총재가 우군(友軍)인 「YS 죽이기」라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교감설을 일축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는 이날 『검찰이 조사에 나서더라도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의혹을 해명하지 않고는 김대중총재의 비자금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그러나 『(이총재가) 실제로 당국에 수사를 요구하는 등 행동에 옮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총재가 김대중총재의 비자금을 걸고 넘어진 이상 YS의 대선자금도 같은 논리로 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민주당이 이처럼 YS 대선자금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인 것은 김대중총재 비자금사건의 초점이 흐려질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전경기지사는 『과거의 모든 것을 파헤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나 국민신당(가칭)은 이날 사안의 미묘함을 감안, 논평을 내지 않았다. 그 대신 이총재의 발언이 청와대와의 교감속에 나온 것인지, 아니면 단독발언인지를 분석하는데 주력했다. 〈최영훈·이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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