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들은 대부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대선관리가 「자유경선」으로 치러진 신한국당의 대선후보 경선관리(7월21일)와 결국은 닮은 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보사태와 차남 김현철(金賢哲)씨의 구속으로 초래된 정국상황이 김대통령의 운신 폭을 좁히기도 했지만 여당사상 첫 자유경선이란 명분을 좇아 경선중립을 표방했듯이 이번 대선도 관권개입이나 대선자금의 지원 등 인위적인 개입이 불가능해진 만큼 중립 표방 외의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특히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후보가 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후보나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를 큰 차로 앞서 여론조사에서 줄곧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데 대한 현실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물론 청와대 관계자들은 아직도 DJ의 당선을 「역사의 후퇴」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종전의 「DJ 절대 불가론」이 차차 고개를 숙이는 듯한 분위기는 역연히 감지된다.
한 관계자는 『최근 몇달 동안 김대통령이 「DJ 불가론」이나 특정후보에 대해 명시적으로 호불호(好不好)를 나타내는 말을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지난 8월 국민회의 상임고문이던 전 천도교교령 오익제(吳益濟)씨의 월북사건으로 색깔론이 고조됐을 당시 『김대통령은 이런 시비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용공시비의 확산에 제동을 걸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선거막판 「김대중 파일」이나 「이인제 파일」의 사용가능성을 단호히 부정하는 것이나 최근 안기부와 경찰이 철저히 중립자세를 지키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은 김대통령의 대선중립 의지가 결코 상황 때문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 측근은 『김대통령은 철저한 대선공정관리를 「문민대통령」으로서 자신의 마지막 책무로 생각하고 있다』며 『탈당을 하는 일도 없겠지만 총재직 이양을 계기로 당내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인상을 주는 행동도 앞으로는 삼갈 것』이라고 말했다. 명예총재(당원)로서의 기본적 책임과 대통령으로서의 입장을 명백히 구분할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김대통령의 대선중립 의지에는 임기말로 갈수록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깊은 뜻이 깔려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