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發協「김덕룡의원 배제」의미]「영입파 지지」신호탄인가

  • 입력 1997년 5월 16일 07시 53분


신한국당내 범(汎)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가 金德龍(김덕룡)의원과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 등 민주계 대선예비주자들을 배제키로 결정한 것은 일단 「영입파 지지」의 공식화를 의미한다. 물론 15일 열린 민주계 중진 14인 모임에서의 결정을 민주계 전체의 최종결론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정발협」의 노선은 일단 자파 대선예비주자 배제, 특히 「DR(김덕룡의원의 영문이니셜)배제」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 崔炯佑(최형우)고문의 「대리인」격인 金正秀(김정수)의원이 이날 14인 중진 회동 직후 『대선에 나설 후보라면 최소한 여론조사에서 1,2위는 해야 한다. DR는 항상 하위를 면치 못하는데 어떻게 밀어주느냐』며 「DR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지사에 대해서는 「차차기(次次期)」라면 몰라도 「97 대선용」은 아니라는 게 민주계내의 대세였다. 아무튼 민주계가 이날 「DR 배제」, 즉 「영입파 지지」를 공식화함으로써 신한국당의 대선후보 경선구도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정발협」측은 일단 『1백명만 확보하고 있으면 후보를 만들 수 있다』며 김의원의 영향력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김의원측은 『천만의 말씀』이라며 반박한다. 확보된 지구당위원장만 50∼70명에 이른다고 장담한다. 김의원측은 당내 일각에서 대두되는 李會昌(이회창)대표와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펄쩍 뛴다. 끝까지 독자노선을 걷는다는 게 김의원측 주장이다. 「영입파 지지」를 공식화시키면서도 민주계의 입장은 아직 분명치 않다. 현재로서는 『이대표를 배제하지 않고 李壽成(이수성)고문을 미리 돕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상태다. 「이대표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속내는 복잡하다. 이대표를 불필요하게 흔들어 당분열의 책임이 민주계에 쏟아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말일 뿐 대부분의 민주계 인사들은 여전히 이대표 지지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만일 민주계가 TK(대구 경북)출신인 이고문을 선택하고 김의원이 이대표를 지지할 경우 신한국당 경선구도는 급속하게 「영남 대 비영남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제는 朴燦鍾(박찬종)고문이다. 적지 않은 원내외 위원장들은 「박찬종지지」 입장에 서 있다. 민주계가 이고문을 택하면서 박고문을 껴안지 못할 경우 경선구도는 예측하기 힘들 만큼 복잡해진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도 많다.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놓친 일이 없는 박고문이 민주계의 선택이라고 해서 「무임승차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이고문의 손을 그리 쉽게 들어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두가 DR는 빼놓더라도 민주계가 단합해 최대 계파의 위치를 유지할 때의 가상구도일 뿐이다. 김의원의 반발이 민주계의 분열로 이어지면 「정발협」의 DR배제는 신한국당의 경선판도를 원점에서 새로 읽어야 하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 〈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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