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가보위부원 망명신청…노동당 前지도원 유봉남씨

  • 입력 1996년 12월 8일 14시 31분


【홍콩〓鄭東祐특파원】 金慶鎬(김경호)씨 일가족 등의 탈북(脫北)에 이어 북한의 해외유학생 감시 업무를 맡았던 북한국가보위부원이며 노동당 지도원이었던 인물이 북한을 탈출, 홍콩으로 밀입국해 한국망명을 신청했다. 7일 홍콩공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북한 국가보위부원겸 노동당 지도원이었던 유봉남씨(35·평남)가 지난 10월 말 홍콩으로 밀입국, 한국망명을 신청했으며 현재 한국측이 유씨를 데려가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공안당국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94년까지 북한노동당의 북경주재 당지도원으로 일했으며 당시 북경에 유학하고 있는 북한유학생들의 동태를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북한유학생들이 한국유학생과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었으나 이를 철저히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94년 북한으로 소환돼 농촌지역 당지도원으로 좌천됐다. 그는 홍콩당국의 조사과정에서 더이상 자신에게는 재기의 기회가 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북한 탈출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경 함경북도 회령에서 중국 길림성 동북으로 탈출했으며 북경과 광동성의 광주를 거쳐 홍콩으로 밀입국했다. 그는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국가보위부원으로 근무하다 노동당으로 파견돼 일했다. 그는 노동당에서 지도원으로 북경에 파견돼 근무하는 동안 중국어를 배워 영어와 중국어를 보통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는 등 북한에서는 상당한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는 홍콩에 밀입국한 후 홍콩당국의 주선으로 한국총영사관 관계자와도 여러차례 만났으나 북한에 남아있는 부모와 처 그리고 아들 딸 등 일가족이 보복을 당할 것을 두려워해 제삼국으로의 망명을 희망하며 한국행을 한사코 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동안 그를 받아주겠다는 국가가 나서지 않았고 홍콩당국도 그를 무한정 억류할 수 없어 최근 홍콩이민법에 의해 밀입국해온 지점인 중국으로 추방하겠다고 통보하자 한국 망명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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