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엔지니어-리더 도전해야… 그런 능력도 권리도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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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서 名博 받은 플뢰르 펠르랭 佛 문화장관

한국을 방문한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통신장관(왼쪽)이 8일 숙명여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있다. 오른쪽은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펠르랭 장관은 한국계 입양인 출신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한국을 방문한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통신장관(왼쪽)이 8일 숙명여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있다. 오른쪽은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펠르랭 장관은 한국계 입양인 출신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40년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21세기 혁신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플뢰르 펠르랭(한국 이름 김종숙) 프랑스 문화통신장관은 8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명예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이 포기하지 않고 두려움 없이 21세기 급진적인 변화 가운데로 뛰어든 게 감탄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문화통신부를 맡고 있는 펠르랭 장관은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7∼10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펠르랭 장관은 아시아계, 여성, 입양아라는 사회적 소수자임에도 ‘꽃’(프랑스어로 Fleur)이라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성공을 일궜다. 그가 강단에 서자 학생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내가 이 땅에서 태어났음을 잊지 않고 있다”며 “한국과 입양의 역사를 볼 때 내가 오늘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펠르랭 장관은 “나의 성공이 곧 프랑스의 영예”라며 “프랑스에서는 남녀평등이 모든 정책의 중심에 있다. 직업훈련에 여성의 접근성을 높이고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월급을 받도록 제도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많은 여성이 기술이나 경제 같은 것을 전공하기를 어려워한다”며 “여러분은 엔지니어, 연구자, 리더가 되는 길을 선택해 그런 성취를 통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여대생들의 도전을 독려했다.

디지털 혁명이 세계 경제의 기회이자 위기라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음악 소비 시장에서 스트리밍(streaming) 비중이 2008년 3%에서 현재 25%까지 뛰어오른 예를 들며 “문화가 빠르게 전파되지만 독창성을 잃기 쉽다. 예술인이 작품을 알리기 쉬워졌지만 수익은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창작자와 유통자 사이에 ‘최소의 사례’ 규정 등 새로운 규제 틀을 만들었다”며 문화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프랑스의 노력을 소개했다. “한국과 프랑스가 유구한 전통을 가진 디지털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양국의 협력 확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펠르랭 장관은 생후 6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됐다. 16세에 대학 입학 자격을 얻어 명문 상경계 그랑제콜 에세크(ESSEC), 최고 엘리트 양성 학교인 파리정치대와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수재다. 2002년 사회당 연설 문안 작성을 맡았고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당선 이후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장관에 발탁됐다.

펠르랭 장관은 이날 오후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내년 3월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상호교류 행사에서의 문화 교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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