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2관왕 서상범변호사 민노총 취직

  • 입력 2003년 2월 3일 18시 44분


코멘트
외무고시와 사법시험을 모두 합격한 사법연수원생이 민주노총 산하 법률원에 취직해 근로자 법률지원사업에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사법연수원 제32기 서상범(徐尙範·33) 변호사가 주인공. 그는 현재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선배 변호사 3명을 도우며 ‘새내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 변호사는 1988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대학 3학년 때 ‘선배와의 대화’ 모임에서 외교관 선배들의 모습을 본 뒤 외교관을 지망해 95년 2월 외무고시에 합격했으나 외무부 근무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 1년 가까운 외무공무원 생활을 접었다. 그는 “사법시험은 사법연수원만 나오면 최소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생각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방향전환의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곧바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가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해 2000년 합격했다. 그는 “사법연수원 시절 변호사를 하기로 결정한 뒤 보람 있는 분야를 찾던 중 민주노총이 적합한 일터라고 생각해 공채에 지원했다”며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일하던 대학 후배 변호사 한 명의 조언도 참고가 됐다”고 말했다.1주일 뒤 정식 변호사가 되는 그는 1월 중순부터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로 매일 오전 8시반에 출근해 하루 내내 밀려드는 체불과 산재, 해고 등의 노동관련 사건들과 씨름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노동자의 경영참가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서 변호사는 “주변 사람들이 민주노총에서 법률가로 일하는지, 아니면 운동가로 활동하는지를 종종 묻곤 한다”며 “아직도 자기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적지 않은 억울한 근로자들을 법률적으로 돕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이 진기자 lee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