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한상윤씨, 서울공대 대학원 합격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9시 59분


자신의 현실을 겸허히 인정하되 결코 그것과 타협하지 않는 삶. 11일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대 공과대학 대학원에 합격한 한상윤(韓尙潤·26)씨. 여섯 살 때 눈수술을 받다가 실명한 뒤 캄캄한 「현실」속에서 그가 써온 「삶의 문장」은 늘 능동태였다. 중고교시절 시각장애학생 대부분이 점수따기를 포기한다는 수학은 그가 가장 좋아하고 자신있는 과목. 서울맹학교에서 1등을 독차지했던 그는 90학년도 학력고사에서 2백93점(3백40점 만점)으로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의 대학생활은 일반학생보다 더 능동적이고 진취적이었다. 고전기타동아리에서 친구도 사귀고 미국으로 1년간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배우기 시작한 컴퓨터와는 아예 「연애」를 시작했다. 95년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으로 신청, 2년반만인 지난 8월 두 장의 졸업장을 한꺼번에 받았다. 그리고 이번에 시각장애인이 마음껏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대 대학원 컴퓨터공학과에 응시,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많은 후배들이 취업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자신의 꿈과 희망을 저버린 채 특수교육과 등 몇몇 한정된 학과로 진로를 정하는 게 정말 안타까워요. 제한적인 장애인의 삶을 크고 넓게 하는데 저의 이런 모습이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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