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수 유니에버 대표가 2014년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 100마일에 참가해 태극기를 들고 결승선을 향해 뛰고 있다. 1998년 체중 감량을 위해 달리기 시작한 그는 2004년부터 트레일러닝에 빠져 전 세계 대회를 섭렵하고 있다. 박길수 대표 제공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박길수 유니에버 대표(60)는 8월 말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 PTL 300km에 도전한다. 프랑스어로 ‘작은 산책(La Petite Trotte `a L´eon)’으로 불리는 PTL은 이름과는 달리 세계에서 가장 극한의 팀 산악 레이스다. 2∼3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출전해야 하고 두 명이 한 팀일 경우 한 명이라도 포기하면 더 이상 레이스를 할 수 없다. 제한 시간은 151시간. 상승고도만 2.5km가 넘는다. 이번이 그의 PTL 다섯 번째 도전이다.
“2016년부터 PTL에 네 차례 도전했는데 한 번도 완주를 못 했습니다. 파트너가 중도 포기하기도 했고, 세 번째 도전인 2019년에는 피니시라인 7km 전방에서 레이스를 멈췄어요. 제한 시간 2시간 남았는데 그 시간 안에 절대 못 들어간다며 대회 운영진이 막았죠. 저는 제한 시간과 상관없이 완주하고 싶었는데….”
1998년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박 대표에게 마라톤은 어느 순간 새로운 도전의 장이 됐다. 지금까지 마라톤 42.195km 풀코스 124회에 100km 넘는 울트라마라톤 및 트레일러닝 125회를 달렸다. 트레일러닝 100마일(코스 따라 160∼170km)만 10여 차례 완주했다. 그는 “지구상에 정말 달릴 곳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새로운 도전을 위해 전 세계의 산을 달리고 있다”고 했다.
2000년 초반 울트라마라톤에 빠진 박 대표는 2004년 우연히 몽골 ‘선라이즈 선셋’ 100km 대회를 달린 것을 계기로 트레일러닝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때 UTMB를 알게 됐다.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을 둘러싼 100마일(약 170km), 상승 고도만 9618m인 코스로 완주율 50%에 불과한 지옥의 레이스다. 당시 UTMB가 인정한 대회에서 일정 포인트를 따야 출전이 가능하다. 2012년 홍콩 트레일러닝 100km, 베이징 TNF 100km를 한국인 최초로 완주해 포인트를 쌓았다. 그런데 2013년 UTMB 커트라인 포인트가 올라 어쩔 수 없이 CCC(101km)에 출전했다. 결국 2014년과 2015년 UTMB와 TDS(119km)를 2년 연속 완주한 첫 한국인이 됐다.
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2018년 중국 고비사막 400km 무지원 논스톱 대회에 참가해 129시간46분09초(제한 시간 148시간)에 완주했다. 그 이듬해에는 에베레스트 135마일(217km) 익스트림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했다. 해발 3000∼5000m 고지를 달리며, 가장 높은 고지가 해발 5400m다. 제한 시간 150시간인데 박 대표는 144시간에 완주해 세계에서 여섯 번째, 한국 최초의 완주자가 됐다.
“에베레스트에서 낭떠러지 바로 옆에서 존 적이 있어요. 고산병으로 블랙아웃(순간적으로 현기증을 느끼거나 심하면 의식을 잃는 현상)이 와 제자리에서 2시간 뱅글뱅글 돈 적도 있죠. 당시 현장 의사가 고산증으로 인한 환각일 수 있다고 했죠. 아찔했습니다.”
박 대표는 지난해 5월 경미한 뇌경색 증세로 열흘간 입원 치료를 받은 뒤에도 달렸다. 퇴원 한 달 만인 7월에 말레이시아 100km 대회에 출전했다. 그해 10월에는 고비사막 400km를 다시 완주했고, 다른 대회를 포함해 그달에만 중국을 세 차례 방문하며 100km, 50km 대회 등 총 수백 km를 소화했다. 이런 그의 질주에 의사도 혀를 내둘렀다. 올해도 5월 2∼3일 태국 대회를 포함해 벌써 100km를 2회 뛰었다.
이렇게 달리면서도 아직 큰 부상 한 번 당하지 않았다. ‘펀 런(Fun Run)’과 보강 운동이 비결이다. 박 대표는 기록에 집착하지 않고 즐겁게 달린다. 완주 경험이 목표다. 달리기 시작할 때부터 근력 운동을 병행했다. 일주일에 2∼3번 헬스클럽을 찾아 런지, 데드리프트, 레그익스텐션 등 하체 중심의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한다. 그는 “달리기만 하면 반드시 부상이 온다. 관절, 특히 무릎을 지켜주는 건 주위 근육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때 88kg까지 올랐던 체중은 달린 뒤부터 74kg으로 유지하고 있다. 주 4회 이상 10km씩 달리고 주말엔 장거리 산악 질주나 대회에 출전한다. “도전은 끝이 없다가 제 인생 모토입니다. 늘 더 힘든 곳을 찾는 이유입니다. 이런 삶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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