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끝난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은 스노보드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대회였다. 도전을 거듭해 메달을 목에 건 김상겸, 한 번쯤은 마주쳤을 법한 10대의 모습 그대로인 최가온과 유승은의 질주는 2월의 밤을 지새우게 했다. 7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도 스노보드가 있다. 올림픽 스노보드가 다양한 종목에서 회전과 스피드, 기술을 종합적으로 겨룬다면 패럴림픽은 코스를 주행해 기록을 다투는 뱅크드 슬랄롬과 스노보드 크로스 두 종목으로 치러진다.
패럴림픽에 스노보드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2014년 소치 대회로, 당시 금메달을 딴 남녀 선수들은 중도장애를 갖게 된 인물이다. 여자부 우승자인 네덜란드의 비비안 멘털스페이는 비장애인 스노보드에서 여섯 차례나 자국 챔피언에 올랐다. 28세 때 암으로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했으나, 불과 넉 달 만에 의족을 하고 스노보드로 돌아와 패럴림픽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그는 소치 패럴림픽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멘털리티 재단’을 설립해 장애 청소년들을 설원으로 이끌었다. 남자부 우승자인 미국의 에번 스트롱은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스케이트보드와 BMX 자전거를 즐기던 익스트림 스포츠 키드였다. 하지만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고도 다시 스노보드로 패럴림픽에서 우승해 ‘장애 이후에도 익스트림 스포츠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에 이름을 올린 이제혁도 어린 시절 골절 치료 중 감염으로 왼쪽 발목에 영구 장애를 입은 비장애인 스노보더 출신이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서로 다른 무대지만 장애와 비장애, 그리고 스포츠의 지평을 뛰어넘는 종목의 매력은 충분히 볼만하다.
한국은 3월 15일 폐회까지 10일간의 열전을 치르는 이번 패럴림픽에 5개 종목 총 20명의 선수를 보낸다. 그중 3명의 스노보더가 올림픽의 영광을 잇기 위해 그곳의 가파른 설원을 달리고 개막식 기수로서 태극기를 들고 입장한다. 이들에게도 올림픽만큼의 응원과 박수갈채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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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옥 장애인스포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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